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요청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에 중국산 흑연을 사용해도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의 4월 30일 자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 관련 최종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규정에는 중국산 흑연 금지 규정에 대한 유예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정부는 배터리 부품(2024년부터)과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2025년부터)을 외국우려기업(FEOC)에서 조달해 사용하면 차량당 최대 7,500달러(약 1,020만원)의 IRA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FEOC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세부 규정안에 따라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이 해당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는 대부분 중국산 핵심 광물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IRA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배터리에서 빠질 수 없는 흑연의 경우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어 이를 대체할 공급처를 개발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최종 규정에서 흑연을 원산지 추적이 불가능한(non-traceable) 배터리 물질로 분류해 2027년까지는 FEOC에서 조달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 적용을 유예할 방침이다. 다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FEOC에 계속 의존하지 않도록 2년의 유예 기간 동안 공급망 전환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와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중국산 흑연을 한시적으로 허용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1월 미국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중국이 2022년 전 세계 구형(spherical)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했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짧은 시간에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달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중국 업체로부터 흑연을 확보해야 하는 배터리 업체들을 대상으로 예외나 유예 기간을 주지 않으면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제도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