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일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4·10 총선 참패를 복기하는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 활동도 시작됐다. 선거 패배 이후 3주간 지리멸렬하던 국민의힘이 재도약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위원회를 열고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2년간 주호영 정진석 한동훈 비대위에 이어 네 번째 비대위 체제에 돌입했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표결 직전 "오늘 임명되는 비대위원장과 비대위는 그 변화를 이끌어 나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황 위원장은) 많은 정치경험과 경륜으로 당과 정치를 잘 알고 계시고 공정히 전당대회를 관리할 수 있는 분으로 지금 상황에서 적임자"라고 말했다.
다음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징검다리 성격이 강하지만, '황우여 비대위' 체제가 앞으로 두 달여간 결정할 사안들이 국민의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실제 황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의 민주적 운영체계에 대해서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 "나부터 민주적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역할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황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운영체계는 수도권 출신 의원들과 낙선자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전당대회 룰 및 집단지도체제 변경 등이 포함된다.
2년 전 친윤석열(친윤)계 주도로 개정한 '당원 투표 100%' 전대 룰에 대한 조정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과거처럼 일반 여론조사를 반영하게 되면,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수도권 출신 인사들의 당권 도전으로 '영남 자민련'이란 한계를 극복하는 첫 발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내부에서는 곧 이어질 비대위원 인선을 통해 황 비대위원장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당연직 3명(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제외한 4명의 당내 후보군을 황 비대위원장이 추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예정됐던 신임 원내대표 선출이 9일로 미뤄지면서 최종 인선 발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황 비대위원장은 "지역과 선수, 노장청이 조화를 이루고 많은 분이 좋아하는 인물을 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원외위원장 임시대표단(김종혁·손범규·오신환)을 만나 '수도권 민심 반영을 위해 비대위에 원외 당협위원장 합류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황우여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총선 백서 TF'도 활동에 들어갔다. TF는 다음 달까지 총선 참패 원인 분석과 쇄신안 마련 방안 등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TF는 3일부터 국민의힘 총선 출마자 전원과 보좌진, 당직자, 출입기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설문조사 이후 필요시에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통령실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비공개 심층면접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TF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은 "6월 말, 7월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 개혁안을 제시해 어떤 후보가 당 체질 개선을 잘할 수 있는지 담론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