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은 왜 '이강인 카드'를 쓰지 않았을까. 이강인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 1차전에 결장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PSG는 2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BVB 슈타디온에서 열린 UCL 4강 1차전 도르트문트와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PSG는 오는 8일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결승행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PSG는 전반 36분 상대에 실점하며 크게 흔들렸다. PSG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도르트문트의 니클라스 퓔크루크는 후방에서 날아온 롱패스를 그대로 골로 연결했다. PSG는 이후에도 마르셀 자비차, 푈크루크 등에게 골문을 위협받았다. 후반에는 킬리안 음바페, 아슈라프 하키미의 슈팅이 모두 골대를 맞는 불운까지 겹치며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엔리케 감독은 이날 후반 패색이 짙은 와중에도 전술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이강인은 결국 벤치만 지켰고, 스트라이커로 활용하는 마르코 안센시오, 곤살루 하무스 등도 투입하지 않았다. 교체 카드도 부상으로 인한 교체 외에 딱 1장만 썼다. 전반 부상을 당한 루카스 에르난데스 대신 루카스 베랄두가 투입됐고, 후반 20분 브래들리 바르콜라 대신 란달 콜로 무아니로 바꿨을 뿐이다.
엔리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교체카드 4장을 모두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감독은 항상 팀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선수를 선택해야 하지만, 그전에 먼저 경기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에는 공격력이 부족했지만 후반에는 전혀 달랐다"며 "전반이 끝난 후에 전술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후반에 전술 변화 없이도 더 잘 해냈다"고 오히려 선수들을 칭찬했다.
엔리케 감독은 후반 경기 내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지 않기 위해 선수 교체를 최소화했다고 밝힌 셈인데, 원정경기로 치러진 1차전에서 0-1 스코어라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여기는 것이다. 원정경기에서 무리하지 않으면서, 2차전이 치러지는 안방에서 대역전극을 펼치겠다는 계산이다. 앞서 토르트문트와 UCL 조별리그에서 만나 1승 1무로 우세한 입장이라, 결과는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여기에 UCL 8강에서 바르셀로나와 1차전(2-3)에 패했으나 2차전(4-1) 승리로 역전 드라마를 쓰며 4강행 티켓을 거머줘 기세가 올라있다.
무엇보다 선수 구성을 나름대로 확립한 듯 보인다. 국내 축구팬들 입장에선 이강인의 활용이 아쉬운 대목이다. 엔리케 감독은 2선 공격진에 파비안 루이스-비티냐-워렌 자이르 에머리를 선호하며 UCL 토너먼트 5경기 중 무려 4경기에 이들을 선발로 내세웠다. 아울러 우측 공격수에도 이강인보다 뎀벨레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강인이 토너먼트에서 선발 출전한 건 바르셀로나와 8강 1차전 한 차례다. 결과적으로 이강인을 포함해 선수들의 주전 경쟁이 치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