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반영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고려한 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전 세계 147개국 중 76번째로 행복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일의 싱크탱크 '핫 오어 쿨 연구소'(Hot or Cool Institute)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 지구행복지수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행복지수는 2006년 영국의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이 처음 발표한 지표로, 개인이 느끼는 행복도와 기대수명을 곱한 점수를 각 나라의 1인당 평균 탄소발자국으로 나눠 점수를 집계한다. 해당 점수는 기대수명이나 행복도가 높을수록 올라가고, 탄소 배출량이 많을수록 내려간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단순히 개인의 행복도나 기대수명뿐 아니라 탄소 배출량을 함께 반영함으로써 행복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 2021년 기준 한국은 기대수명 83.7세, 행복도 6.1점, 이산화탄소 환산량(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값) 14.39톤(t)으로 총 38점을 기록해 전 세계 147개국 중 76위에 그쳤다. 우리나라와 기대수명(83세)과 행복도(6.5점)가 비슷한 스페인의 경우 이산화탄소 환산량이 한국의 절반 수준인 7.12t에 불과해 한국보다 15점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전 세계 7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2006년부터 2021년 사이 한국의 1인당 평균 이산화탄소 환산량은 13.04~15.32t 사이를 오가면서 행복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하다고 산정되는 1인당 공정 상한선(3.17t)보다 훨씬 높았다"고 평가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1인당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면서 행복지수를 깎아먹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동아시아권 국가 중에서도 크게 뒤처졌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과 중국의 점수는 42.7점, 41.9점으로 각각 49위, 51위에 올랐다.
지구행복지수를 기준으로 '가장 행복한 국가'에 오른 1위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57.9점)였다. 이어 스웨덴(55.9점), 엘살바도르(54.7점), 코스타리카(54.1점) 순이었다.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기대수명이나 행복도가 높게 나타나지만 코스타리카처럼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적더라도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국가도 있다"며 "인류는 지구를 희생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1년 유엔인구국의 기대수명 자료, 갤럽에서 국가별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집계한 행복도,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 등이 활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