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호주의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에 한국의 참여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타진하기 시작했다. 1일 열린 한국과 호주의 외교·국방장관(2+2)회의에서다. 군사기술 공동개발 프로그램인 오커스 '필러 2'에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오커스는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앵글로색슨 3개국이 2021년 9월 발족한 기구다.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출범 때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호주 멜버른을 찾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제6차 한·호주 2+2회의를 갖고 상호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추진하는 데 양자·소다자·다자 차원의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양국 장관들은 공동성명에서 "인태 지역의 안정과 안보를 위한 오커스의 기여를 평가하고 한국이 필러 2 추가 협력국으로 고려되고 있는 사실을 환영했다"고 적시했다. 한국의 오커스 필러 2 참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신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오커스 필러 2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한국의 국방과학기술 역량이 오커스 필러 2의 발전과 지역 평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어제와 오늘 (한국과) 오커스 필러 2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한국은 매우 인상적인 기술을 갖고 있고 가치를 공유하며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라고 밝혔다.
오커스 '필러 1'은 영국과 미국이 호주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필러 2'는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사이버 안보·해저기술·극초음속 미사일 등 8개 분야 첨단 군사역량 공동개발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앞서 오커스 3개 회원국은 필러 2로 협력국을 확대하면서 첫 대상으로 일본을 지목했다.
우리 정부는 오커스 필러 2를 통해 가치공유국과 첨단기술·방산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필러 1보다는 군사적 성격이 덜하지만, 오커스 자체가 중국을 옥죄기 위해 만든 협의체인 만큼 실제 참여할 경우 중국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필러 2에 참여하면 함정 건조나 인공지능(AI ) 관련 방산 협력과 시장을 확대하고 미국 주도 소다자 동맹에 복합적으로 참여해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상근 카이스트(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오커스 필러 2를 통해 참가 국가들과의 상호 운용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여러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국은 "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양자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유사국가들과 군사훈련 및 안보 협력을 적극적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미국과 호주, 일본이 실시하는 연합훈련에 참가한다. 신 장관은 "상호 운용성을 높이고 역내 평화와 안정의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을 규탄하고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 러시아의 행동을 규탄하면서 북러 간 불법적 무기거래를 저지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 호주, 일본의 3자 대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공동성명에 "1.5(반민반관) 인태 (전략) 대화를 검토하는 데 동의했다"고 명시했다. 한국이 장관급 2+2회의를 정례적으로 여는 국가는 동맹국 미국을 제외하면 호주가 유일하다. 이번 회의는 3년 만에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