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소프트 파워'가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인기는 높아지는 반면, 미국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미국 갤럽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에 느끼는 '소프트 파워'는 2022년 59%에서 2023년 56%로 하락했다. 이 수치는 지난 2009년 85%, 2010년 84%로 정점을 찍은 이후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호감도는 2020년(49%) 바닥을 친 뒤 상승하기 시작, 2023년(58%)엔 미국을 2%포인트나 앞질렀다. 갤럽은 “독일에 대한 호감도도 2022년 51%에서 54%로 향상돼 독일과 미국이 비슷한 수준으로 측정됐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히 낮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4%로 급락한 뒤 2023년엔 42%로 반등에 성공했다”라고 덧붙였다.
갤럽은 중국의 호감도 상승을 집중 분석했다. 중국의 2023년 호감도(58%)는 2013년(6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가나(2022년 50% → 2023년 65%), 코트디부아르(66%→80%), 세네갈(40%→54%), 기니(65%→77%) 등 서아프리카 국가에서 호감도가 두 자릿수 이상 급상승했다. 갤럽은 “중국은 아프리카에 꾸준히 투자했고 이제는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다”면서 “예전엔 중국에 대해 특별한 의견이 없던 사람들이 최근 ‘우호’ 쪽으로 돌아섰다”라고 풀이했다.
미국의 소프트 파워가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 수준은 여전히 막강하다. 특히 가나(2022년 57% → 2023년 71%), 모리타니(60%→73%), 튀니지(21%→33%) 등 7개국에서 두 자릿수 상승을 나타냈다.
갤럽은 “미국과 중국의 아프리카 경쟁은 광물 자원을 확보하려는 경쟁과 부채 탕감 갈등 등 많은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아프리카의 마음을 잡으려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중국 외교부장은 1991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34년 동안 새해 첫 방문국으로 아프리카를 선택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올해도 1월 13~18일 이집트ㆍ튀니지ㆍ토고ㆍ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했다. 또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탄자니아에는 2014~2023년까지 10년 동안 약 1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왕이 부장 방문 직후인 22일부터 카보베르데,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23일), 앙골라(24일) 등 서아프리카 4개국을 연달아 방문했다. 역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제적으로도 아프리카 국가와 전략적 투자를 하는 등 무역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갤럽은 “아프리카에서는 젊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세계 무대에서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어떤 접근 방식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주목된다”라고 적었다.
한편 한국도 오는 6월 2일 서울에서 ‘한-아프리카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4, 5일에는 사상 최초로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