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된 날씨에 사과도 전복도 사라졌다

입력
2024.04.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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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2023년 이상기후보고서

역대 최장 가뭄이 끝난 직후 집중호우, 폭염과 이상저온.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래 가장 높았던 지난해, 한반도 역시 중간이 없는 극한 기상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는 인명 피해는 물론 농수산물 피해로 이어지며 기후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기상청은 국무조정실 및 관계부처 합동으로 29일 ‘2023년 이상기후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발생한 이상기후 현상 및 분야별 피해 현황을 종합한 결과다.

지난해 봄까지 남부지방은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2022년 시작된 227.3일간의 역대 최장 가뭄이 해를 넘어 계속됐기 때문이다. 산과 들이 메마른 탓에 지난해 59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537건)보다 11%가량 증가한 것이다. 피해 면적도 4,991.94헥타르(ha)로 10년 평균(3,559.25ha) 대비 1.4배였다. 피해 면적 5ha 이상 큰 산불은 35건이 일어나 평균의 3배가 넘었고, 하루에 산불이 10건 이상 발생한 날도 17일로 평균의 2배였다.

4월에 강수량이 늘면서 가뭄은 해소됐지만, 5월 초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호우가 쏟아졌다. 남부지방은 5월 강수량이 191.3㎜로 역대 3위를 기록했고, 6~7월에도 집중호우가 계속돼 장마철 누적 강수량은 712.3㎜로 역대 1위였다. 이로 인해 50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으며, 8,071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6만8,367ha의 농작물이 피해를 봤고 1,409ha의 농경지가 유실·매몰됐다.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평년(12.5도)보다 1도 이상 높은 13.7도로 1973년 이래 1위였다. 여름은 물론 봄과 가을에도 이상고온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전국 평균 기온은 9.4도로 평년(6.1도)보다 3.3도나 높았고, 9월 평균기온(22.6도)도 역대 1위였다. 서울에선 88년 만에 9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여름철 폭염일수도 13.9일로 2022년(10.3일)보다 3.6일 증가했다.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기간 중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2,818명으로, 2011~2023년 연평균(1,625명) 대비 73.4%가 늘었다.

해수면 평균 온도는 17.5도로 최근 10년(2014~2023년) 중 두 번째로 뜨거웠다. 해수면 높이도 1993년 이래 가장 높았다. 특히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연안 고수온 현상이 9월 중순까지 이어져 서해 연안을 제외한 대부분 해역에서 넙치, 전복 등 양식 생물이 대량 폐사했다. 피해 규모는 438억 원으로 2022년 고수온 피해(17억 원)의 25배에 달한다.

이상저온 역시 농어민을 괴롭혔다. 지난해 3월 전국적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며 14개 시도에서 과수 꽃눈의 씨방이 고사하는 등 냉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사과(3만7,864ha) 등 과수는 물론 양파를 비롯한 채소(6,900ha)도 자라지 못하는 등 농작물 피해 면적이 총 4만4,764ha에 달했다. 겨울철에는 저수온 현상으로 전남·경남 등에서 양식 참돔, 감성돔 등이 폐사해 48억 원 규모의 피해를 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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