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마무리된 22대 총선에서도 동물 공약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유례없는 정책 실종을 두고 안타깝다는 여론이 많은 가운데 동물 공약 역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
기자는 투표를 위해 지역구 각 후보의 공보물을 보면서 동물 공약 유무를 확인했다. 그나마 반려동물 위주의 공약을 내건 후보도 있었지만 아예 언급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각 정당이나 후보가 동물 공약을 내세우는 게 '이색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반면 8년 전인 20대 총선 당시만 해도 동물 공약이 나온 것만으로도 고무적으로 평가됐었다. 이후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2020년 21대 총선을 거치며 동물 공약 내용은 더욱 풍성해졌다.
하지만 공약 내용을 따져보면 대부분 반려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반려동물 내용 위주였다. 이 때문에 21대 총선 당시 동물단체들로 구성된 '동물권 총선 대응연대'는 '사람-동물-환경' 모두가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는 올바른 관계 설정을 위한 내용 대신 반려동물에만 초점이 맞춰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공약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이라도 한 듯 이번 총선에서도 되풀이됐다. 주요 정당 가운데 국민의힘, 새로운미래, 개혁신당의 공약은 반려동물 위주로 한정돼 있었다. 또 지역구에 출마한 각 당대표 가운데 그나마 동물 공약을 제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박홍근∙한정애 민주당 의원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의 동물 공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역 맞춤 및 유권자에게 가시적 성과 위주의 정책을 제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해도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반면 시민들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동물 공약 수준은 달랐다. 한국일보와 동물보호단체 라이프가 선출직 정치인의 동물 공약을 검증하기 위해 시작한 '애니 페스토(애니멀+매니페스토)' 캠페인의 일환으로 총선 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동물보호법상 학대 처벌 강화를 포함해 △번식장 및 경매장 규제 △농장 동물의 비인도적 살처분 금지 △불필요한 동물실험 규제 등 보다 근본적이면서 모든 동물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총선 동물 공약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있었다. 민주당의 공약에는 민법 개정, 동물 학대자 사육권 제한 등 그동안 동물 분야에서 지적돼 온 문제의 상당 부분을 포함해 반려동물 이외 다른 동물 분야의 내용도 담겼다. 녹색정의당은 동물 학대 축제 폐지, 로드킬(찻길사고)과 조류 충돌 저감 등을 제시해 차별화했다.
이제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이 결정됐다. 중요한 것은 각 당뿐만 아니라 당선자들이 제시한 동물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동물 공약이 제시됐지만 제대로 검증된 적은 없었다. 애니 페스토는 앞으로 각 당과 당선자들의 공약 내용과 이행률을 매의 눈으로 점검해 나갈 예정이다. 이들의 공약이 빈 공약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