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러버덕·벨리곰 만들자" 신동빈 롯데 회장의 새 승부수는 콘텐츠

입력
2024.04.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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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별 사업 방식에서
롯데지주 전담조직 꾸리고 
전사 차원 사업으로 시너지 극대화


"세계적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기업들과 협업해 '콘텐츠 비즈니스'를 강화해주십시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롯데그룹의 콘텐츠 비즈니스 논의 자리에서 특별한 주문을 했다. 롯데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효과적 방법으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비즈니스를 들며 "중장기 지속 가능한 모델 개발에 힘써 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롯데그룹이 IP와 연계된 상품, 서비스, 공간을 기획해 고객에게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 비즈니스 사업을 강화한다. 온라인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오프라인 사업에 힘 쏟았던 유통 대기업의 입지가 좁아지는 마당에 콘텐츠 비즈니스로 고객의 발길을 잡겠다는 뜻이다.



'러버덕'부터 '가나초콜릿하우스'까지 흥행…IP 사업 더 키운다


그룹 차원에서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그동안 일부 계열사들이 IP 등 콘텐츠 관련 성공을 거뒀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①롯데웰푸드 팝업스토어 '가나초콜릿하우스'는 높은 인기에 시즌제로 세 차례 운영했으며, 지난해 말 운영한 롯데백화점 팝업스토어 '크리스마스마켓'은 하루 평균 1만 명을 끌어모았다. 2022년 롯데물산이 석촌호수에 띄운 초대형 조형물 '러버덕'④롯데홈쇼핑의 자체 IP 캐릭터 '벨리곰' 굿즈 사업 등 캐릭터를 활용한 사업도 고객들을 끌어모으면서 매출을 쏠쏠하게 올렸다.

롯데그룹이 콘텐츠 비즈니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온라인이 따라 할 수 없는 오프라인의 강점이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온라인 중심의 유통 기업들이 내세우는 빠른 배송, 최저가로는 승부할 수 없고 우리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며 "콘텐츠 사업은 고객에게 롯데에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측은 각 계열사별로 관련 사업을 전개해 시너지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전담 조직을 꾸렸다. 롯데지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혁신실에 콘텐츠 비즈니스 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계열사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대규모 캠페인 설계,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 파트너십 체결, 신규 사업 모델 발굴 등의 업무를 맡기로 했다.



'포켓몬 행사'로 첫 포문 연다…10개 계열사 참여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첫 번째 IP 프로젝트의 대상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포켓몬'이다. 롯데그룹은 26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포켓몬 타운 2024 위드 롯데'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는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물산, 롯데웰푸드, 롯데GRS, 롯데백화점, 호텔롯데 등 10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회사는 석촌호수에 대형 피카츄 아트벌룬을 전시하고 아레나 잔디광장에서 포켓몬 관련 미니게임 등 각종 이벤트를 펼친다.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계열사는 포켓몬 IP를 활용한 라이선스 상품을 단독 출시하며 롯데컬처윅스와 롯데콘서트홀에서는 포켓몬 25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영화 개봉과 포켓몬 에니메이션 콘서트를 진행한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IP를 소유한 외부 기업 입장에서도 추가 수익을 끌어내기 좋다. 식품, 유통, 문화 등 롯데그룹의 사업을 바탕으로 캐릭터 협업 식음료 상품, 팝업스토어, 공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국내외 IP 소유 기업들과 함께 그룹 내 IP를 활용한 여러 비즈니스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