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천년만년~"...한샘 등 가구사 2조 담합, 931억 과징금

입력
2024.04.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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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개사, 10년간 건설사 빌트인 738건 담합
주사위·제비뽑기로 낙찰예정자 뽑고
"신뢰 쌓는 계기", "천년만년 쭉~" 결의
소비자는 분양가 상승 피해 입어


건설사가 발주한 특판가구(빌트인 가구) 구매 입찰에서 10년 동안 담합을 벌인 현대리바트‧한샘 등 가구업체가 9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주사위 굴리기나 제비뽑기로 낙찰예정자‧순번을 결정했으며, 이들이 벌인 짬짜미는 고스란히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738건의 특판가구 구매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31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과징금 부과액수는 한샘(211억5,000만 원)이 가장 많고, 이어 현대리바트(191억2,200만 원)‧에넥스(173억9,600만 원)‧넵스(97억8,500만 원) 순이다.

이들은 금융위기로 위축됐던 건설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자, 출혈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를 피하기 위해 담합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판가구 구매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합의하거나, 입찰 때 적어 내는 투찰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가격 조정에 나선 것이다. 특판가구는 싱크대, 붙박이장 등 신축 아파트·오피스텔에 설치되는 빌트인 가구로, 해당 비용은 분양가격에 포함된다.

낙찰예정자 담합 과정에서는 주사위 굴리기‧제비뽑기 등 갖가지 방법을 썼다. 실제 대우건설이 발주한 입찰에선 미리 준비한 주사위 2개를 굴려 합계가 높은 순서대로 낙찰순위를 정하기도 했다. GS건설의 특판가구 구매입찰에선 제비뽑기가 쓰였다. 이 과정을 거쳐 선정한 낙찰예정자가 이메일‧카카오톡으로 들러리를 서기로 한 회사에 입찰 견적서를 전달하면, 들러리 업체는 견적서보다 높은 금액을 적어 투찰하는 식으로 합의를 이행했다. 낙찰예정회사 담당자가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 “이번 일을 계기로 서로 돕고 신뢰가 쌓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라고 감사를 표하면, 다른 회사 담당이 “이대로 천년만년 꼭”이라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특판가구 구매입찰 담합과 관련한 매출액은 1조9,457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번 짬짜미로 분양자가 25만 원 안팎의 분양가(전용면적 84㎡ 기준)를 더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원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가구업체들은 담합으로 5%의 이익을 얻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특판가구 가격은 84㎡ 기준 약 500만 원이다.

한샘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구시대적인 담합 구태를 철폐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윤리경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리경영 실천 선언, 법규 준수‧준법 감시활동 위한 조직 확대 등을 담은 행동강령도 함께 내놨다.

공정위는 이번 24개 건설사 입찰 외에도 70개 중소형 건설사가 발주한 입찰에서도 특판가구 담합 여부를 추가로 조사해, 적발 시 엄정 제재할 방침이다. 황 국장은 “최대한 행정력을 모아 올해 안에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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