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일본과 독일 업체가 독점하고 있던 ‘무인자동운반설비’(EMS·Electric Monorail System) 분야에 야심 차게 뛰어든 중소기업이 있다. 인천의 한 실업계고교(현 특성화고교)에서 공업 과목을 가르치던 강춘식(1956년생, 2019년 작고)씨가 1986년 7월 인천 남구 도화동에 설립한 ‘금강기계’(현 금강오토텍)다. 인천은 대우자동차(현 GM) 부평공장이 있어 자동차 산업이 활발했지만 당시 공장 내 설비는 모두 일본과 독일산이었다. 강씨가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설비 시설의 국산화에 뛰어든 것이다.
강씨의 노력은 1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금강기계는 1996년 EMS의 100% 국산화에 성공했다. 금강기계가 개발한 EMS는 1분에 80m(최대 120m)를 이동하는 고속 주행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정교한 제어 시스템까지 갖췄다. 일본과 독일 제품에 비해 뒤지지 않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대와 기아, GM 등 완성차 업체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금강기계는 2001년 법인화를 통해 사명을 ‘금강오토텍’으로 변경하며 해외로 시장을 다변화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지금은 러시아와 인도 등에도 설비를 수출하고 있다.
강씨의 경영 철학은 △최상의 기술 △최상의 품질 △최상의 서비스 등 이른바 ‘3베스트’로 요약된다. ‘무인반송차’(AGV·Automated Guided Vehicle)와 AMR(Autonomous Mobile Robot)도 그 결과물이다. 무인반송차는 기존 물류이송 방식인 컨베이어 시스템을 대체하는 기술로 자동으로 화물을 적재 및 이송하는 전기 차량이다. AMR은 스스로 주행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기술이다. 두 제품 모두 센서와 자율 주행 알고리즘을 활용해 다양한 자동화 환경에 사용 가능하다.
특허만 30여 개를 보유한 금강오토텍은 인천 유망중소기업 및 우량기술기업, 지식재산경영기업(발명진흥원)에 선정되고 인천 지식재산 발전 유공표창(특허청장상)을 받는 등 대내외 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연매출 225억 원 규모의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금강오토텍은 2019년 강씨 아들인 강희찬(46) 인하공전 기계과 교수가 2대 대표이사에 오르며 또 한 번 변화를 꾀했다.
2003년 입사 후 금강오토텍 부설연구소에 몸담았던 강 대표는 취임 후 지역 내 인하대, 인천대, 인천폴리텍대 등과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과 인재 발굴에 나섰다. 또 한국기계연구원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비접촉식 무인자동운반설비’를 개발했다. 기존 EMS와 달리 비와 먼지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야외 설치가 가능하다는 큰 장점을 지녔다. 금강오토텍은 이 기술을 토대로 전기자동차 조립공장과 농기계 생산 업체의 운반설비를 수주하는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완벽에 가까운 청정 환경이 필요한 반도체 설비에도 앞으로 도전할 계획이다. 아울러 영업용 전기차 배터리 교체 설비 장치 상용화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강 대표는 “자체 기술 개발이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고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강오토텍은 직원 자녀 대학등록금 지급(자녀 수 관계없이 50%), 동아리활동 지원 등 다양한 복지제도와 사회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7년째 장기기증운동본부에 후원하고 있는데 강 대표가 본부 후원회 부회장과 법인이사도 맡고 있다. 소아마비, 한가족사랑 장애인복지재단, 마약퇴치운동 등에도 10년 이상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강 대표는 “선친께서 지역사회 환원과 직원 복지를 강조하셨기에 전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