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는 흉기 아냐... 강도탈주 김길수가 징역 4년 6월만 받은 이유

입력
2024.04.04 16:59
법원, 특수강도 아닌 일반강도 적용

최루액을 뿌리고 돈을 강탈한 혐의로 구속된 뒤, 치료 도중 달아나 도주극을 벌인 탈주범 김길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특수강도죄 대신 일반강도죄가 적용돼 비교적 가벼운 형량(징역 4년 6개월)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조형우)는 특수강도 및 도주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4일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같은 종류 및 다른 종류의 범행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누범 기간이 지나고 불과 10일 만에 강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9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법원은 태도에 진정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 조사 중 일부러 숟가락을 삼킨 뒤 병원에 이송돼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한 것을 보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참회하고 속죄하려는 사람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다만 김씨가 사건에 사용한 최루액 스프레이가 형법상 '흉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검찰이 적용한 특수강도죄 아닌 일반 강도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최루액은 (특성상) 살상 의도보다는 피해자를 일시적으로 억압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보이는 등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11일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불법자금 세탁 조직의 돈 7억4,000만 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보고 조직에 접근한 뒤, 범행 당일 조직원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돈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약 한 달 뒤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그는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중 플라스틱 숟가락을 잘라 삼켜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번엔 "양치를 하겠다"고 요구해 수갑이 풀린 틈을 타 달아났다. 머리 모양도 바꾸고 서울과 경기를 넘나들며 도피를 이어가다 약 63시간 만에 경찰에 다시 붙잡혔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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