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주가지수가 최고점을 거듭 경신하면서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아직 주식 투자 경험이 없거나, 일부 국내 주식만 투자하는 '초보' 중에서도 미국 주식에 눈 돌리는 분이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가격 단위가 너무 커서 투자하기엔 좀···"
제 지인들도 그랬는데요. 미국 주식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런 넋두리를 하더라고요. 미국 주식, 비싸긴 하죠. 엔비디아의 3일(현지시간) 종가는 889.64달러, 우리 돈으로 120만 원에 달합니다.
엔비디아는 미국 주식 열풍의 선두에 서 있는 기업입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저장장치(GPU)를 만드는데요. 챗(Chat)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가 늘면서,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GPU가 품귀 현상을 빚었거든요.
엔비디아 외에도 미국 증시에는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AI와 연관된 기술주가 포진해 있어요. 이 네 종목은 특히 잘나가서 '팹(fabulous·멋진)4'라고 불려요.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넥스트플랫폼분석팀장은 "AI 기술의 상용화·제품화는 이제 시작단계"라며 "기술 자체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잠재 시장 규모는 중기적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해요.
그 외에도 미국 주식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는 많아요.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라 △유동성이 풍부해요. 시중에 종잣돈이 많은 만큼 주가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는 뜻입니다. 대만 TSMC처럼 △미국 외 글로벌 기업도 상장돼 있어 투자 범위를 넓히기에도 좋아요. 미국 주식을 사면 △안전자산인 달러를 보유하는 효과도 있고요.
다시, 단위금액이 커서 미국 주식 투자가 꺼려진다는 지인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는 당시 이렇게 답했어요. “①소수점 거래하면 되죠!”
일부 종목은 0.00001주처럼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매매할 수 있어요. 국내 주식도 가능합니다. 저는 ‘짠테크’ 일환으로 매주 아메리카노 1잔(4,500원) 가격만큼 스타벅스, 코카콜라, 애플을 사 모으고 있는데요. 4일 기준 스타벅스 2.780649주, 애플 0.715828주, 코카콜라 3.719823주를 갖고 있어요. 토스·카카오페이증권 등에선 1,000원부터 투자 가능해요.
'주식 모으기(자동 투자)'가 초보에게 문턱 낮은 서비스로 평가받아요. 투자 주기와 금액(또는 수량)을 설정해 적금 붓듯 자동 투자하는 서비스예요.
‘환전을 해야만 해외주식 살 수 있다’는 건 옛말입니다. 요즘은 증권사가 알아서 환전해 주거든요. ②통합증거금 제도를 통해서요. 2018년 삼성증권이 최초 도입했고, 이제는 보편화한 서비스예요. 미국 주식 100만 원어치를 주문하려는데 제가 원화로만 100만 원을 갖고 있다면, 원화를 증거금으로 활용해 주문하고, 결제일에 필요 금액만큼 자동 환전돼 주식 매매 대금을 지불하는 서비스예요. 달러 등 외화를 증거금으로 삼아 국내 주식을 주문할 수도 있죠.
환차손을 줄이고 싶다면 달러가 쌀 때(환율이 낮을 때) 미리 사두는 게 좋겠죠. 여기서 팁 하나! 주식을 사고 남은 달러는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에 넣어 두면 이자를 받을 수 있어요. 수시입출금도 가능합니다. 국내 주식 투자자가 종합자산관리계정(CMA)에 대기자금을 넣어 두는 것과 비슷하죠. 증권사마다, 기간마다 수익률 차이는 있지만 최근엔 대체로 연 4%대 이자가 붙습니다. 이자 수익엔 이자소득세(15.4%)가 부과되지만, 환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고요.
미국장이 한국시간 오후 10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서머타임 적용 기준) 열린다는 것도 초보에겐 부담이에요. 프리마켓(오후 5시~10시 30분), 애프터마켓(오전 5~6시)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용시간이 제한된다는 게 아무래도 아쉽죠.
그래서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③주간거래(데이마켓)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삼성증권이 2022년 먼저 시작했는데요. 올해 1월 누적 거래 금액이 10조 원을 돌파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해요. 엔비디아 호실적이 발표됐던 지난해 8월 특히 수요가 몰렸다고 해요. 국내 투자자가 미국 현지 투자자보다 앞서 엔비디아를 살 수 있었거든요. 현재는 NH투자증권이 가장 긴 24시간 거래를 제공하고 있어요.
정규장보다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호가(매매 가격, 종목, 수량을 제시해 거래상대를 구하는 것) 간 가격 차이가 크고, 가격변동성이 높고, 정규장과 가격 차가 클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해요.
④세금 질문도 많이 나와요. 해외 주식 거래로 발생한 수익이 250만 원을 넘으면 그때부터 양도소득세가 붙거든요. 양도소득세는 지방소득세 포함 세율이 22%입니다. 예컨대 미국 주식 투자로 300만 원을 벌었다면 250만 원을 뺀 50만 원의 22%인 11만 원을 세금으로 떼 간다는 얘기죠.
임소영 NH투자증권 목동WM센터 부장은 “차익이 250만 원을 넘지 않도록 연말에 이를 고려해 매매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올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내년 5월 과세하기 때문에 연말에 미리 절세 대책을 세우라는 얘기입니다. 최근엔 미국 주식 투자자가 늘어난 만큼 많은 증권사들이 양도세 신고 대행 서비스도 시작하고 있어요.
본격적인 투자 전 계좌부터 만들어야겠죠? 계좌 개설 방법은 어디든 비슷합니다. 비대면 계좌 개설은 스마트폰, 신분증을 준비하시고요. 본인 인증, 신분증 촬영, 투자 성향 등을 등록하면 됩니다.
국내 주식 투자 중이더라도 해외 주식 계좌를 별도로 신청해야 해요. 또는 기존 계좌를 국내외 주식 모두 투자 가능한 종합계좌로 바꾸면 보다 편리하겠죠. 그런 다음 해외주식매매(거래) 신청까지 해야 준비가 완료됩니다. 이후 예치금 입금 후 (환전하고) 거래를 시작하면 됩니다.
이젠 투자 종목이 관건일 텐데요. 앞서 언급한 AI주, 기술(테크)주가 전망이 밝은 데다 정보가 많아서 초보가 접근하기 좋을 거예요. 그밖에 미국 주식 초보에게 도움 될 만한 팁을 대신 물어봤습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산업(섹터)이 어떻게 나뉘고, 각 섹터가 경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어요. 최근 금리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만큼 금리와 산업 간 상관관계부터 공부하길 권했죠. 예컨대 ‘금리가 내려가면 테크주의 가치가 올라간다’든가, ‘금리 인하 전까지 주가 상승세가 주춤할 때 경기 방어주 성격인 유틸리티(전기, 수도산업 등)에 투자하는 게 좋다’ 등 큰 흐름부터 익히고 개별 기업에 접근하라고 했어요.
NH투자증권 임 부장은 “주가지수 상위 10개 종목 중 2, 3개 정도를 선택해 매매를 시작해 보라”고 권했어요.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뒤 주요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100 편입 종목을 시가총액 순으로 정렬하면 상위 10개 종목을 확인할 수 있어요.
임은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상장지수펀드(ETF) 활용을 권했어요. ETF 안에 여러 종목이 고루 담겨 있는 데다, ETF 자체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서 개별 기업 투자보다 부담이 줄거든요. 임 위원은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 ETF에 투자하거나, 특정 업종·종목에 치중되지 않은 RSP ETF도 좋은 투자 방식”이라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