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안방이 습해" 알아듣고 에어컨·제습기 동시에 움직인다...삼성전자 가전, 생성형 AI 품다

입력
2024.04.03 18:00
14면
삼성전자 2024년형 '비스포크 AI' 가전 라인업 공개
냉장고·세탁기·청소기, 고성능 AI칩·카메라로 감지 능력 갖춰
3D 지도·음성으로 여러 생활가전 한 번에 제어 가능


냉장고는 안에 담긴 식재료를 자동으로 알아차리고 정리한 뒤 맞춤형 레시피를 추천한다. 로봇청소기는 집 안 공간을 기억해 지도를 만들고 청소를 덜 마친 구역을 다시 찾아간다. 세탁기에 달린 스크린으로 이 모든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쿠팡에 접속해 세제를 구매하고 유튜브로 음악을 감상하는 건 덤이다.

2022년 말부터 시작된 인공지능(AI) 열풍에서 생활가전도 예외일 수 없었다. 삼성전자는 3일 2024년형 '비스포크' 신제품 라인업을 공개하는 미디어데이에서 고성능 AI칩과 카메라, 센서 등이 담긴 AI 제품 15종을 공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은 "AI 가전 생태계가 많이 확산해 있지만 실제 제품으로 실생활에 응용하고 있는 건 삼성전자가 제일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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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약 100만 장의 식품 사진을 학습한 비전 AI가 내부로 입출고되는 식재료를 카메라로 인식하고 음식 목록을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음식의 보관 기한이 임박하면 알려주고 레시피 추천까지 한다. ②'비스포크 AI 인덕션'은 물이나 국·탕류 음식이 끓어 넘치기 전에 미리 불 세기를 조절해 준다. 제품에 내장된 센서로 진동 데이터를 학습해 물이 끓는 시점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는 세탁물의 무게와 종류, 오염도를 AI가 감지해 알맞은 세탁 코스를 추천한다.

④'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는 170만 개의 사물 데이터를 사용한 AI 모델을 바탕으로 전면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다양한 사물을 인식한다. 마룻바닥과 카펫을 구분할 줄 알아 카펫에서는 물걸레 청소를 하지 않는다. 바닥의 오염 구역을 인식하면 공간 청소를 마치고 스팀 청정스테이션으로 복귀해 물걸레를 데운 후 다시 청소를 하는 기능도 있다.



세탁기에 달린 스크린으로 에어컨 제어 가능



삼성전자가 스마트홈을 지향하며 꾸준히 강조해 온 여러 제품 간 '연결성'도 AI를 만나 한 단계 진화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하나의 가전에 장착된 스크린으로 연결된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AI 홈' 시스템이 등장했다. 사용자들의 실제 집 구조를 바탕으로 생성한 3차원 지도 화면으로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새로 나온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에도 이를 위해 7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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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해도 가전을 통제하는 음성인식 기능도 고도화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를 도입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음성 제어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안방이 습하다"고 하면 에어컨과 제습기가 알아서 움직이는 식이다. 또 기존에 "빅스비, 에어컨 꺼줘" "빅스비, TV 꺼줘"로 나눠 명령해야 했던 것도 "빅스비, 에어컨 꺼줘. 아, TV도"처럼 한 번에 통제할 수 있게 된다.

한 부회장은 가전제품 사이의 연결이 AI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는 제품 하나하나에 AI 기술이 적용됐다"며 "지금은 이를 서로 연결해 활용성이 무궁무진하게 넓어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기 자동차, 태양광 발전 등과도 연결해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까지도 연결해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