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를 보내며

입력
2024.04.03 07:00


요즘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일 오르내린 주인공은 에버랜드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다. 푸바오는 오늘(3일) 중국으로 돌아간다. 에버랜드는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해 푸바오를 태운 차량이 출발하는 오전 10시 40분부터 20분간 배웅 행사를 연다. 차량 속 푸바오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그동안 푸바오를 돌본 사육사들이 인사를 전하기로 했다.

푸바오는 '푸바오 신드롬'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판다월드 입장객을 비롯해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 구독자와 조회 수, 물품(굿즈) 판매량, SNS 게시물 등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또 중국의 판다 외교, 나아가 한중 관계까지도 생각해 보게 했다.

푸바오가 귀여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쇼나 체험에 동원되거나 야생에서의 습성대로 살지 못하는 동물원 속 동물들에 대한 인식이 커진 가운데 유독 판다 사육에 대해서는 멸종위기종 복원이라는 명목하에 관대한 것 같다. 실제 판다가 사는 동물원 환경은 다른 열악한 동물원 속 동물보다 잘 조성된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푸바오가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동물단체의 지적처럼 어리고 귀여운 동물 소비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었던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푸바오와 관련된 두 건의 기사를 썼다. 하나는 방사장 준비 부족으로 해외 다른 판다들과 달리 검역 기간 내내 내실에서만 생활해야 했던 푸바오의 상황, 다른 하나는 푸바오로 번 이익을 동물을 위해 써달라는 동물단체의 서명운동에 관한 내용이었다.

기사가 나간 뒤 기사 댓글과 이메일을 통해 푸바오의 내실 생활에 대한 우려가 일부 커뮤니티만의 의견일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푸바오가 문제가 아니라며 이보다 열악한 동물원 문제를 보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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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2617440001587)

하지만 해당 기사를 작성하게 된 것은 누리꾼들의 지적이 객관적으로 설득력이 있었고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또 이에 대한 에버랜드의 입장을 묻고 이를 충실히 담았다. 열악한 동물원 문제의 경우 별도의 사안이지 다른 동물원 동물보다 푸바오의 사정이 낫다고 해서 이를 보도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에버랜드는 판다 가족을 통해 유무형의 이익을 얻었다.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식자재 유통 제외)은 푸바오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보다 16.8% 증가한 660억 원을 기록했다. 또 설사 이익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미 푸바오를 돌려보내는 것은 계획됐던 일이며, 번식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그에 맞는 방사장 설치 등 복지 마련을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한다.

실제 방사장이 있었다면 푸바오는 검역 기간 내내 답답한 내실 생활을 하지 않았어도 됐다. 누리꾼들은 또 에버랜드가 푸바오와 비슷한 상황에서 검역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밝힌 싱가포르 판다 '러러'의 경우 관람객에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행동풍부화(인리치먼트)는 제공받았음을 해당 유튜브 영상을 제시하며 기자에게 알려왔다.


푸바오는 중국으로 돌아가지만 한국에는 부모 판다인 아이바오와 러바오, 쌍둥이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남는다. 더욱이 또 다른 번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지금이라도 이들을 위한 공간 확보 등을 준비해야 한다.

푸바오로 돈 번을 동물에 써달라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에버랜드의 내실은 대부분 지하에 있으며 장기간 내실에서 지내는 동물들은 푸바오의 한 달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바오를 계기로 동물원 동물의 처우 개선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