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1,350원을 돌파했다. 올해 하반기 미국 금리인하 전망에도 강(强)달러의 불씨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와 국내 물가를 차례대로 높인다.
2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2.7원 오른 1,352.1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1일(1,357.3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지난달부터 상승세를 타 27일 1,348.7원으로 연고점을 경신했고, 이날 4거래일 만에 재차 기록을 깼다.
원화 약세는 최근 한국 경제·금융 여건과 괴리가 크다. 반도체를 필두로 지난달까지 수출이 6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늘었고, 무역수지도 1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펀더멘털은 양호하다. 1분기(1~3월) 코스피시장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조7,700억 원의 외국인 투자금이 순유입됐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행태와 원화 강세가 장기간 동행해 왔다는 점에서 최근 흐름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범인은 강(强)달러다. 간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지수(달러 인덱스)는 5개월 만에 105로 올라섰다. 미국 제조업황이 예상보다 더 견조하다는 지표(3월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에,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1분기 미국 성장률 추정치(GDP Now)가 2.3%에서 2.8%로 대폭 상향됐기 때문이다. '견조한 경제는 물가를 높이고 이를 제어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고금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달러값을 밀어 올린 셈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를 예고한 하반기엔 달러가 약세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약(弱)달러에 이르는 길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진호 우리은행 연구원은 "2분기(4~6월)는 계절적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1,380원까지 상단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4월은 외국인 투자자가 배당금을 달러화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하는 탓(시중 달러량↓, 달러 가치↑)에 환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끈질긴 고물가에 미국 금리인하가 2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힘 받는 추세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경제학자 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분의 2 이상이 여전한 고물가와 견조한 고용을 근거로 2회 인하를 점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1, 2개월 뒤 물가에 영향을 주는 ISM 제조업물가지수가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주목하며 "3월 물가에서 핵심 상품(에너지·식료품 제외)도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