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부담·부동산 침체에… 5대은행 가계대출 11개월 만에 꺾였다

입력
2024.03.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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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담대 1조 원 넘게 줄어
각 은행, 금리 올려 유입 조절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11개월 만에 전월 대비 감소로 돌아섰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거래도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면서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6,834억 원으로, 2월 말(695조7,922억 원)보다 2조1,088억 원 감소했다. 한 곳(+3,55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네 은행에서 한 달 사이 가계대출이 적게는 1,916억 원, 많게는 9,738억 원가량 줄었다. 월말까지 단 1영업일을 남겨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4월(-3조2,971억 원)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 전월 대비 감소 전환이 확실시된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마찬가지로 11개월 만에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들 은행의 28일 자 주담대 잔액은 536조307억 원으로 2월 말(537조964억 원)과 비교해 1조657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규모는 103조6,851억 원에서 103조497억 원으로 축소돼 지난해 10월 이후 다섯 달 연속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비(非)은행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이미 지난달 1조8,000억 원 줄어 지난해 3월(-6조5,000억 원) 이후 처음 잔액 감소를 기록한 바 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약 1년 만에 역성장한 건 이자 부담이 여전한 데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예상과도 부합하는 흐름이다. 한은은 앞서 14일 국회에 보고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고금리,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짚으며 “금융권 가계대출이 낮은 증가세를 이어감에 따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완만한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별 은행의 가계대출 속도조절 움직임도 일정 부분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각 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묶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했고, 이후 주담대 금리를 수시로 올리거나 내리면서 대출 유입을 조정하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대면 주담대 금리를 연 0.23%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에 이어 다음 달에도 우대금리 폭을 조정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04~0.3%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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