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아이오닉 5 바퀴 부분에 연결된 장비가 '위잉'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시험실 바깥 컴퓨터 화면에는 토크(모터 회전력이 가장 강할 때의 힘), 모터 온도, NVH(부품에서 발생하는 소음 진동) 파형 등이 떴다. 이곳은 전기차가 달리는 환경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변화를 살피는 공간이다. 특히 자동차가 설계된 대로 성능과 효율이 제대로 나오는지 검증하고 모자란 부분은 데이터를 분석해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전동화구동시험3팀 곽호철 책임연구원은 "아이오닉 5 N을 대상으로 시속 260㎞의 초고속 시험이나 극한의 부하 조건에서 움직임을 살필 수 있다"며 "여기서 얻은 평가 데이터가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세계 올해의 고성능차(World Performance Car)'에 뽑혔다. EV9은 대상에 해당하는 '세계 올해의 차(World Car Of The Year)'에 이름을 올렸다. 무게 2톤이 넘는 차를 효율적 배터리 기술로 가동시킬 수 있는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은 것.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3년 연속 전기차 전용 모델로 이 상을 받는 기록도 세웠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은 최근 6개월 동안 13개 나라 자동차 시상식에서 48개 부문의 상을 탔다.
이 같은 저력의 밑바탕에는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남양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는 1995년 만들어졌는데 신차 개발은 물론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자동차 연구에 필요한 시설을 두루 갖췄다. 최근에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수소전기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핵심인 엔진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다. 이 때문에 중국 저가 자동차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샤오미 등 스마트폰 제조사까지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은 그럴수록 작은 차이를 만드는 자동차의 기본기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도 1월 경기 광명시 기아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올해는 전동화 혁신이 기대된다며 "우리 고객들은 지금보다 좋은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런 품질 차이를 만드는 핵심 장소가 남양기술연구소다. 다음으로 찾은 약 1만4,500㎡(약 4,400평) 규모의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안전과 내구성은 물론 차량 내 부품이 기후, 도로 환경, 운전자 특성, 법규 등 기준을 채우는지 따지기 위해 차체, 조향, 구동, 제동, 소음 등 300개 넘는 시험을 진행하는 곳이다.
로봇 시험실에 들어서자 로봇 팔이 미니버스 쏠라티의 뒷문을 여닫고 있었다. 담당 연구원은 "충분한 내구성 데이터를 얻으려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시험을 계속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한 BSR(Buzz, Squeak, Rattle) 시험실은 삼각뿔 모양의 흡음재가 눈에 띄었다. 차량 부품 사이의 미세한 소음까지 잡아내려고 시험실 내부는 소음 제거 이어폰을 낀 것처럼 작은 소리조차도 없앴다. 이진원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온도와 진동 조건에서 소음이 생기니 작은 소음까지 측정해야 한다"며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의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에 작은 소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가장 자랑하는 환경풍동시험실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냉각, 열해, 연비, 냉시동, 히터·에어컨, 충·방전 등 실차 주행 성능 시험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내 온도를 영하 40도에서 60도까지, 습도를 5~ 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더욱이 자동차 앞에 설치된 3.3m 대형 팬은 시속 120㎞에 달하는 공기 흐름을 만들어 시험할 수 있다.
이강웅 책임연구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연기관과 전기·수소차를 함께 시험할 수 있는 곳"이라며 "정부 부처는 물론 미국, 독일 등 해외의 기업과 정부 기관 등이 연구와 협업을 위해 끊임없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