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에서 느슨한 연결의 강점

입력
202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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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마크 그래노베터는 1973년 발표한 기념비적 논문에서 '약한 연결의 강점(strength of weak ties)'이라는 사회 연결망 이론을 제시했다. 이 이론은 상대적으로 약한 연결, 즉 일상적인 지인 관계가 강한 연결인 매우 가까운 관계보다 정보를 전파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촉진하는 등의 특정한 목적에 더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취업과 관련한 추천이나 중매의 경우에 아주 가까운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유대가 약한 사람들이 더 많은 도움을 주는 때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사람과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으면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 추천을 하거나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할 때 무조건적으로 좋은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 이론을 응용하면 우리는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는 이미 공유된 정보와 관점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정보나 관점이 유통되기 어려운 반면, 약한 관계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정보와 다양한 관점을 교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함의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약한 관계가 사회적 경제 활동이나 혁신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노베터의 약한 연결의 강점이론은 사회 네트워크가 정보 전파와 혁신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 이론을 선거의 정보 전파 과정에 적용해 보면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몇 가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먼저, 특정한 후보에 대한 정보와 뉴스가 후보와 밀접한 그룹보다는 느슨한 지인의 네트워크를 통해 더 빠르고 넓은 청중에게 도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느슨한 관계들 사이에 정보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현상을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가까운 주변을 통해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가족, 친구, 이웃과 같은 강한 관계에 속한 사람들에게 집중해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약한 연결의 강점을 살펴보면 시장을 보거나 머리는 만지는 과정, 택시를 타고 가면서 나누는 대화와 같은 것을 통해 후보자나 정당의 정보를 얻고 또 그러한 정보를 신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 후보자의 경우 가까운 지인을 통한 정보의 전파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소위 선거과정에서 바람을 일으켜 느슨한 관계의 사람들 사이에서 우호적인 정보가 전파되기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의 정보 전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노베터의 이론을 응용한다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점점 느슨해지고, 대면 접촉의 기회가 줄어든다고 해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보 전파의 의미와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면 선거운동이 축소되고 미디어를 이용한 선거가 확대되고 소셜네트워크가 발달함에 따라 전통적인 강한 연결의 힘보다 느슨한 연결의 강점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를 맞고 있다. 전통적인 대면 접촉을 통한 선거보다 미디어를 이용한 선거가 점점 대세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이론이다. 다만 약한 연결의 강점이론은 정보 전파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도 잘못된 정보의 빠른 전파에 대한 함의도 가진다. 약한 연결을 통해 올바른 정보뿐만 아니라 소문과 거짓 정보도 빠르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