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 대의 가격이 3억 원을 웃도는 해외 럭셔리카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덕분인데 '경기 불황에는 오히려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는 명품 패션 업계 공식이 이제 럭셔리카에도 적용되는 모습이다.
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3대 럭셔리카 브랜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벤틀리, 롤스로이스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9% 증가(2022년 2,970대→2023년 3,681대)했다. 2023년 전체 수입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4.4%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올해 3대 럭셔리카 브랜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벤틀리는 브랜드 역사상 처음 아티스트와 손잡은 한정판 모델을 한국에서 선보였고 롤스로이스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전시장을 새로 단장하고 한정판 에디션을 내놨다. 마이바흐도 독일에도 없는 '브랜드 센터'를 세계 최초로 서울에 선보이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
이들이 한국 시장을 꼭 잡아야 하는 이유는 "럭셔리카 시장이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동시에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 소비자 트렌드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선도 시장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롤스로이스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롤스로이스 청담 쇼룸'을 개관 20주년에 맞춰 새로 단장하고 특별 제작한 '블랙 배지 고스트 청담 에디션'을 선보였다고 알렸다.
롤스로이스는 2003년 코오롱모터스와 딜러십 계약을 맺었고 이듬해 첫 전시장을 열었다. 판매를 시작한 첫해(2004년) 판매량은 다섯 대였지만 2023년 역대 가장 많은 278대가 팔렸다.
청담 쇼룸 정문은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판테온 그릴을 모티브로 디자인됐고 전시장 출입구에는 보닛 위 상징인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이 꾸며져 있다. 전시장 면적은 약 495㎡(150평)에서 694㎡(210평)로 넓혔다.
새로 꾸민 전시장의 핵심은 비스포크(맞춤제작)를 위한 전시장 2층의 특별 공간 '아틀리에'다. 이곳은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수백 가지 목재 비니어와 가죽, 실, 직물 등 차량 내·외장재 샘플이 펼쳐져 있다. 뒷좌석 문 안에 있는 다양한 색의 우산들도 볼 수 있다. 이 공간은 또 고객에게 영감을 주는 다양한 공예품과 보기 드문 예술품들이 있다.
전철원 롤스로이스 서울 대표는 이곳을 "고객이 자신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차량에 구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롤스로이스는 이날 두 가지 색상의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고스트 청담 에디션'을 공개했다. 차량 내외부를 장식한 검은색이 각각 '라임 그린'과 '갈릴레오 블루' 색상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투톤 디자인이 특징으로 두 대만 판매한다.
차량 안에는 비스포크 실내 가죽이 쓰였고 스티어링휠과 양털 매트 등이 검은색으로 디자인됐다. 문턱 부분인 트레드 플레이트에는 '청담을 위해 영국 굿우드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했다(Handbuilt in Goodwood, England for CHEONGDAM)'는 문구를 새겼다.
엔진룸에는 6.75리터(L) 트윈 터보 V12 엔진을 넣어 최고출력 600마력, 최대토크 91.8㎏·m의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로우(Low)' 버튼을 누르면 가속 페달을 90% 이상 밟았을 때 기어 변속 속도가 50% 더 빨라진다고 롤스로이스는 설명했다.
롤스로이스 아이린 니케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한국은 롤스로이스에 가장 역동적으로 크는 시장 중 하나"라며 "전 세계 럭셔리 트렌드를 이끄는 도시인 서울에서 독점적 비스포크 경험을 제공할 청담 쇼룸은 롤스로이스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