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7일 4·10 총선을 2주 앞두고 띄운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 주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인 세종 행정수도 건설과 맥을 같이하는 주장이라 어깃장을 놓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충북 청주 현장 기자회견에서 "(국회 이전은) 대선 때 여야가 모두 공약했던 것 아니냐"며 "약속 말고 집행 권력을 가진 정부·여당이 신속하게 해치우면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오히려 여당이 협조적이지 않을 때 민주당 주도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는 점에서 (여당이)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며 "이미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으면서 '선거에서 이기면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 기망"이라고 꼬집었다.
김민석 민주당 총선 상황실장도 이날 "그동안 국민의힘이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인데 뒤늦게라도 방향을 선회한 것을 환영한다"며 "당장이라도 만나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위원장이 "정치개혁의 상징적 완성, 여의도 정치를 끝내는 날"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국회를 옮기면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겠다는 생각은 좋지만, 굉장히 동화 같은 발상"이라고 각을 세웠다. 그는 "국회 이전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라면서 "정치개혁 문제는 정치 그 자체의 영역에서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회의장 내 여야 의원 섞어 앉기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대통령비서실법 제정 등이 담긴 정치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한 위원장 제안에 "여야가 합의해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지만 관습헌법으로 무산된 수도 이전에 나서야 한다"고 반기면서도 "개인적 소신으로는 사법기관도 이동해야 한다. 국민들이 대법원이나 대검찰청에 갈 이유가 없고, 감사원도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역제안했다.
세종시 지역구에 나서는 야권 후보들은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는데 방점을 찍었다. 강준현 민주당 세종을 후보는 "'서울 개발 신호탄’, ‘여의도 정치를 끝내는 상징적 완성’이라는 편협한 생각과 빈곤한 철학은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며 "총선용 포퓰리즘과 서울 표심을 위한 하나의 매표 수단으로 전락시켜도 좋다는 정부·여당의 자세"라고 비판했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세종갑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도 '진짜 수도론'을 내세우며 대통령실, 국회 이전 등을 약속했지만, 격주로 세종에서 국무회의를 열겠다는 약속조차도 지키지 않았다"면서 "선거용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세종 행정수도를 위한 개헌 선언을 하고, 대통령 주 집무실 이전도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