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물류산업은 우리의 생활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최근 크게 활성화된 택배나 배달도 물류산업의 일부이다. 그중에서도 필요한 물품을 전국으로 운송하는 화물운송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심장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심장이 작동을 멈추면 어떻게 될까.
화물운송 산업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흔히 알려진 집단운송거부일 것이다. 가장 최근의 집단운송거부는 2022년 말에 일어났다. 화물연대에서 3년 일몰 예정으로 시행하기로 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의 영구 시행과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면서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한 것이다. 그 결과 약 4조 원의 경제 피해가 발생했으며, 안전운임제는 결국 2022년 12월 일몰됐다. 정부에서는 집단운송거부자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이후 화물연대가 운송시장에 복귀하면서 상황이 정리될 수 있었다.
지난 3월 14일 국제노동기구(ILO)는 결사의 자유 권고안을 채택했다. 화물연대에서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 위반이라며 진정을 제기한 것이다. 해당 권고사항은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지 않아야 하는 등 결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당시 집단운송거부로 발생했던 경제 손실과 사회적 혼란을 고려한다면 우려스러운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말 집단운송거부 당시 컨테이너 운송 축소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와 식품, 의약품 등 필수품에 대한 운송 차질이 발생했다. 또 시멘트 운송량 축소로 공공주택 공사가 지연돼 무주택 서민들이 입주 지연을 호소하기도 했다. 석유 공급 차질로 품절 주유소가 속출하는 등 국가 경제와 일상생활에 가해진 부정적 영향은 상당했다.
운송거부 과정에서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쇠구슬을 발사하거나 참여하지 않는 운전자들에게 협박 문자를 발송하고, 도로에 쇠못을 뿌리기도 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이렇게 집단운송거부는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안전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불법행위나 국가적 경제 손실 초래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명령 미이행 시 제재할 수단이 없는 업무개시명령 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국가적 비용 최소화 및 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의 법적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업무개시명령의 실효성은 곧 국가 경제 전체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한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와 국회 및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대승적인 시각에서 힘과 지혜를 모아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