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리오 버라드커 총리, 전격 사임 표명

입력
2024.03.21 00:10
"정치적, 개인적 이유"… 최근 국민투표 부결로 타격 
38세 최연소 총리 기록… 동성애자 '커밍아웃'

역대 최연소이자 최초의 동성애자 총리였던 리오 버라드커(45) 아일랜드 총리가 돌연 사임 의사를 표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버라드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후임 총리가 결정되는 대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통일아일랜드당 대표직도 내려놓는다. 그는 "바통을 넘겨줄 때가 언제인지 아는 것이 리더십의 일부"라며 "(당 대표로서) 7년이 지나 내가 이 자리에 최적임자라는 생각이 더는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사임 결정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버라드커 총리는 사임 이유를 "정치적이면서 개인적인 것"이라고만 밝혔다. 최근 성차별적 헌법을 개정하려는 국민투표가 큰 표 차로 부결되면서 연정이 타격을 입었다. 그의 사임으로 조기 총선이 치러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7년부터 통일아일랜드당 대표를 맡아온 버라드커 총리는 2017~2020년 총리를 지낸 데 이어 2022년 12월 다시 아일랜드공화당·통일아일랜드당·녹색당 연립 정부의 총리로 취임했다.

1기 집권 당시 37세였던 그는 아일랜드 사상 최연소 총리로 취임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버지가 인도계인 아일랜드 첫 혼혈 총리이기도 하다. 그는 2015년 동성결혼 합법화 국민투표를 앞두고 동성애자임을 공개했다. 이 국민투표에 이어 2018년 임신중지 금지를 철폐하는 국민투표 역시 통과됐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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