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의협 수뇌부 조사 거부해도 법과 절차대로 수사"

입력
2024.03.18 13:00
의협 관계자들 '윗선 의혹' 제기하며
수사관 기피신청... 경찰 "동의 안 해"

경찰이 전공의 집단사직 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수뇌부가 수사관 기피 신청을 하는 등 조사를 거부해도 계속 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의협 관련 수사는 철저히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이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수사권을 압박용으로 쓴다거나 용산(대통령실)의 지침이 있었다는 주장에도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박명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직강화위원장을 세 번째 불러 조사했다. 박 위원장은 '강압수사'를 주장하며 수사관 기피 신청을 했다. 그는 "목이 아파 껌을 씹고 손이 차가워 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보조 수사관이 강압적으로 '수사받는 태도가 잘못됐다'면서 손을 빼고 껌을 뱉으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의협 관계자들의 수사관 기피 신청은 처음이 아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비대위원)도 앞서 12일 경찰 출석 1시간여 만에 이른바 '수사 지침' 등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조사를 거부한 후 수사관 기피 신청을 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담당 수사관이 자필로 된 진술조서를 타이핑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지인으로부터 "용산에서 (노 전 회장) 영장을 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의협 집행부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고발에 대비한 준비도 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발이 들어오면 관할 경찰서를 중심으로 수사하고, 규모를 봐 가며 인접 경찰서에 분산할 것"이라며 "균질된 수사를 위해 전국에 수사참고 자료를 하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비위 구조적 대책 마련할 것"

경찰은 4·10 총선이 다가오면서 선거사범 단속에도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선거 관련 범죄로 676명(402건)을 입건해 13명을 송치하고 574명을 수사하고 있다. 죄종별로는 △허위사실 유포 352건 △금품수수 72건 △공무원 선거 관여 17건 등이다. 김수환 경찰청 차장은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8일부터는 선거방해 등 폭력행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잇따르는 경찰관 비위와 관련해 구조적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22일 예정된 지휘부 워크샵에서 조직문화 검토와 함께 현장 경찰관 지원 및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김 차장은 "엄중한 시기에 경찰의 일탈 행위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