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세가 열기를 띠고 있다. 극우층에 소구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을 "멍청한 대통령"이라며 비난하고 이민자를 모욕하는 등 거친 언사로 구설에 올랐다.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은 4살 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너무 늙었다"고 공격하며 자신에게 따라붙었던 '고령 논란'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공개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멍청한 대통령"이라 부르며 비난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반달리아의 데이턴 국제공항 밖에서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선거 유세에 참석해 약 90분간 연설했는데, 여기에 과격한 발언이 다수 포함돼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2020년 대선 승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을 일으켜 복역 중인 이들을 "믿기 어려울 정도의 애국자들"이라며 칭찬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4년째 선거 조작설을 주장하고 있는 데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2021년 국회의사당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형사 기소된 상태다.
그는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해외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내가 당선되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이민자들을 향한 비하 발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다른 나라들이 감옥에 있는 젊은이들을 국경 너머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 생각에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들을 "동물(animal)"이라고까지 일컬었다.
NYT는 "국경 관리들은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폭력과 빈곤을 피해 온 취약한 가족의 일원이며, 데이터는 이민자들이 범죄 증가를 촉발하고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들을 묘사하는 데 비인간적인 언어를 사용했다"며 "언제나처럼 저속했고 모욕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미국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유력 언론인 클럽 '그리디론'이 주최한 연례 만찬에 참석해 "이번 주 두 명의 대통령 후보가 당에서 후보 지명을 받았는데, 한 후보는 너무 늙어 대통령이 되기에는 정신적으로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익살스럽게 "다른 한 명은 바로 나"라고 말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81세, 트럼프 전 대통령은 77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고령 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국가 정상 이름을 헷갈리거나, '하마스' 등 주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돼서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기밀 유출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허 전 특별검사가 지난달 8일 보고서에서 그를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표현한 일도 큰 타격이 됐다. 지금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 최고령 77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보다 4살 많지만, 재선에 성공한다면 86세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날 오후 10시쯤 연설을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침 시간이 6시간이나 지났다"는 농담을 던졌고, 웃음기를 담아 "체력에 문제가 없으며, 80대에도 전성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 논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론 공격'을 의식한 듯 만찬에 함께한 언론인들을 향해 "당신들은 국민의 적이 아니다. 당신은 모든 자유 사회의 기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훌륭한 저널리즘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며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