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설렁' 지적 받은 린가드, 휴식기 이후엔 제 기량 찾을까?

입력
2024.03.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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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경기 연속 교체 투입...공격포인트 아직 無
김기동 감독 "설렁설렁한다...말만 청산유수"
주장 기성용 "오랜 공백기...기다려줘야"

엄청난 화제를 몰고 K리그에 처음 입성한 '프리미어리거' 제시 린가드(32·FC서울)의 첫 공격포인트는 언제쯤 나올까. 수만 명의 관중을 쥐락펴락하는 린가드에게 거는 기대가 팬들만 큰 건 아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은 불과 3경기 만에 린가드를 평가하며 쓴소리를 했다. 주장 기성용은 시간을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며 동료애를 보였다.

린가드는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라운드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후반 13분 교체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다. 서울은 이날 전반 일류첸코의 페널티킥과 기성용의 중거리포를 내세워 2-0으로 첫 승을 챙겼다.

린가드는 비록 공격포인트를 작성하지 못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3만여 관중이 모인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과 승리를 만끽하며 홈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소속팀의 첫 승리를 자축한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완벽한 토요일 오후"라고 소감을 적었다. 이후 곧바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김 감독으로부터 휴식을 얻어 3월 A매치 기간 약 2주간 영국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서울로 적을 옮긴 김 감독은 자신의 공식전 첫 승리였지만 활짝 웃지 못했다. 전반까지는 모처럼 김 감독 특유의 공격축구가 발현돼 2골이나 뽑아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력이 저하됐다. 결국 후반 린가드를 교체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이마저도 허사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린가드가 공격의 활로를 풀어주길 원했지만 서울은 제주에 끌려다니며 공격다운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다.

김 감독은 린가드가 경기에 임하는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3경기 연속 교체 출전하면서 "많이 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린가드를 뺄까 고민했다"고 굳은 표정으로 말한 뒤 "경기를 보셨지 않느냐"고 씁쓸해했다.

김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몇 분 뛰지 않은 선수가 몸싸움도 안 하고 설렁설렁하고, 90분 출전하는 선수보다 수비도 안 되고 못 뛰면 나는 그건 축구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이어 "이름값으로만 축구할 것 같으면 은퇴한 유명 선수들 데려다 뛰게 하면 된다"며 "매일 미팅할 때마다 얘기하는데, (린가드가) 말은 청산유수다. 그게 행동으로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린가드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성용은 린가드가 "잘 적응하고 있다"며 보듬었다. 기성용은 린가드가 2022~23시즌 EPL 노팅엄 포레스트와 계약이 끝난 뒤 1년 가까이 공백이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공백기 동안 경기를 뛰지 않은 선수가 한번에 바꾸는 건 쉽지 않다"면서 "저나 팀 안에서 보듬어주면 린가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고 감쌌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