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경, 대만 최전방 진먼다오 순찰 급증... '우리 바다로' 전략 굳히기

입력
2024.03.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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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경 함정 4척, 연이틀 진먼다오 인근 순찰
한달 전 '어민 사망 사건' 이후 내해화 시도 강화
대만 첫 공식 '사과' 불구 중국 "더한 조치 취할 것"

대만 진먼다오 해역에서 중국 어민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한 달 만에 중국의 진먼다오 순찰 활동이 눈에 띄게 빈번해지고 있다. 이참에 진먼다오 해역을 중국의 실권이 미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내해화(內海化)' 전략이 굳어지는 모습이다.

17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 해양위원회 해순서(해경)는 전날 오전 중국 해경 함정 4척이 진먼다오 제한 수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제한 수역에서 나가라"는 대만 측 경고 방송이 이어지자 진입 한 시간 만에 제한 수역을 벗어났다. 중국 해경 함정 4척은 15일 오후에도 진먼다오 제한 수역에서 순찰 활동을 벌인 뒤 중국 측으로 돌아갔다. 24시간 동안 8척의 함정이 진먼다오 해역을 헤집고 다닌 셈이다.


대만 단속 중 중국 어민 사망하자 '상시 순찰' 발표

진먼다오는 대만 본섬과 약 20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대만을 마주 보고 있는 중국 푸젠성 샤먼과 불과 4㎞ 떨어진 곳에 있어 대만으로선 최전방 지역이다.

진먼다오 해역의 긴장 고조는 지난달 14일 발생한 중국 어민 사망 사건에서 시작됐다. 당시 중국 어선 1척이 진먼다오 해역에 무단 진입했고, 대만 해경의 단속을 피하는 과정에서 어선이 전복돼 탑승했던 어민 4명 중 2명이 사망했다.

이후 중국은 진먼다오 해역에는 제한 수역이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대만 측의 과잉 단속으로 어민이 사망했다며 대만에 책임을 물었다. 또한 자국 어민 보호를 명분으로 진먼다오 해역에서의 '상시 순찰' 계획을 발표하고, 대만 유람선에 대한 해상 검문 활동까지 벌였다. 대만 해안경비대는 최근 대만 입법회에 어민 사망 사고 이후 이달 초까지 하루 평균 6, 7척의 중국 해경 선박이 진먼다오 해역에서 순찰 활동을 폈다고 보고했다.


중국, 대만 사과 불구 더욱 강경한 태도

대만 국방안보연구소 산하 국방전략자원연구소의 지에종 소장은 중앙통신에 "중국은 진먼 해역 내 법 집행 주체를 뒤집으려는 것"이라며 "제한 수역에 자꾸 진입하는 것 역시 같은 목적"이라고 짚었다. 어민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진먼다오 해역을 중국의 바다로 만들려 한다는 뜻이다.

특히 15, 16일 양일간 이뤄진 중국 해경의 순찰은 대만 측의 첫 번째 공식 사과 직후 이뤄져, 애당초 어민 사망 사건은 명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관비링 대만 해양위원회 주임위원(장관급)은 13일 입법회(국회)에서 "사고와 관련된 증거 영상이 없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할 수 없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이 고통을 겪게 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 사과 요구에 호응한 셈이지만 중국의 태도는 오히려 더 강경해졌다. 천빈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15일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고 진먼다오 해역에서의 법 집행·순찰은 정당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토(중국)는 한발 더 나아간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진먼다오 해역에서의 순찰 강화를 예고한 것이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만 해군은 수일 내 동부 해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에 돌입한다. 이번 훈련은 대만 해군이 매년 6개 함대를 동원해 실시해온 해상 훈련의 막바지 훈련에 해당한다고 대만 자유시보가 전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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