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를 향해 이른바 '기자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하며 협박성 발언을 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있게 처신하겠다"며 사과했다.
황 수석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표했다. 유가족들을 향해서도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MBC의 14일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황 수석은 최근 MBC 기자를 포함한 출입 기자 점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1988년 8월 6일 당시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이던 오홍근 기자에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이 회칼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군인들은 오 기자가 군사 문화에 대한 비판적 칼럼을 쓴 데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황 수석은 같은 자리에서 '5·18민주화운동 배후설'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의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농담으로라도 결코 입에 올릴 수 없는 망언"이라며 황 수석의 경질을 촉구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발언의 맥락이나 경위는 모르겠지만, 내용으로 보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4·10 총선 공동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특정 언론을 겁박하고 5·18 민주화운동의 배후설을 쏟아낸 시대착오적인 황 수석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사건 당사자인 오 기자 유족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오 기자의 동생인 오형근씨는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 형님만 그 피해를 당한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전체 언론에 대한 테러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이런 사람(시민사회수석)이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에 경악했다"며 "우리 형제들은 이런 사람(황 수석)은 대한민국에 존재할 필요가 없으니 대통령은 좌고우면 말고 바로 사직시켜버려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