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증금까지…’ 평생 김밥 팔아 모은 전 재산 기부하고 떠난 할머니

입력
2024.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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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세로 11일 숨진 박춘자 할머니 
50여 년간 등산객에 김밥 팔아
생전 아동·장애인에 6억 원 기부
2019년 집 보증금도 기부 유언

한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돈을 모두 기부하고 장애인을 돌본 90대 할머니가 마지막 집 보증금까지 기부하고 세상을 떠났다.

13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박춘자(95) 할머니는 본인이 살던 집 보증금 5,000만 원을 기부하고 지난 11일 숨을 거뒀다. 박 할머니 생전 6억 원이 넘는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에 기부했다.

열 살 무렵 학교를 중퇴한 박 할머니는 이후 50여 년간 매일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았다. 그는 어렵게 모은 3억 원을 "돈이 없어 학업을 놓아야만 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2008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또 장애인 거주시설인 '성남 작은예수의 집' 건립금으로 3억 원을 냈다.

이후에도 해외아동 지원에 써 달라며 틈틈이 모은 1,000만 원을 추가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전달했다. 2019년엔 "죽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나눠야 한다"며 정기후원을 신청해 기부를 이어갔다. 같은 해 7월 건강이 악화하면서 당시 살고 있던 집 보증금 5,000만 원을 기부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박 할머니는 60대가 되면서 김밥 장사를 그만둔 뒤 지적장애인 11명을 본인의 집으로 데려와 20년 넘게 직접 돌보기도 했다. 그는 3년 전 건강 악화로 요양시설에 입소했다.

그의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2021년 LG의인상을 받았고, 청와대에서 열린 '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 초대받았다. 당시 박 할머니는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아 돈을 번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렇게 (번 돈으로)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너무 행복해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장례는 경기 성남의 소망장례식장에서 치러졌고, 13일 오전 발인식을 거쳐 안성 추모공원 납골당에 안치됐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