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 이어 희토류까지...포스코인터, 공급망 탈(脫) 중국 속도 높인다

입력
2024.03.13 08:00
14면
미국, 유럽 완성차 업체에 '희토류 영구자석' 공급
90% 이상 중국산인데...非중국산 희토류로 생산
이차전지용 흑연도 아프리카 광산서 공급 계약
"탈중국 전기차 핵심 부품·원료 공급사로 거듭"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기차 부품 원료 공급망 '탈(脫)중국'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채굴량 70% 이상이 중국산인 흑연을 아프리카 국가에서 공급받는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희토류에 기댄 구동모터 영구자석을 중국이 아닌 국가의 원료로 만들어 해외 완성차 기업에 대규모로 공급하는 계약까지 따냈다.


북미·유럽 완성차에 '1조1,600억 원 규모' 희토류 영구자석 공급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북미 글로벌 완성차 기업(2026~2031년)과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기업(2025~2034년)에 각각 9,000억 원, 2,600억 원 규모의 희토류 영구자석을 공급하는 계약을 수주했다고 12일 밝혔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차 구동 모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일반 자석보다 자력이 수십 배까지 강해 구동모터 80% 이상에 쓰이고 있다. 특히 희토류 구동모터의 90%가 중국산 희토류에 기대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부터 구동모터 제조까지 완결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췄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번 계약으로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 구동모터 생태계에서 벗어났다. 이 회사의 영구자석에 쓰이는 희토류는 미국, 호주, 베트남에서 조달한 것이고 영구자석 생산도 국내 제조업체인 성림첨단산업이 맡는다. 회사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이 독점한 희토류 영구 자석 시장에서 국내 기업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나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흑연부터 시작된 '탈중국 공급망' 기틀 다지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번 계약에 앞서 전기차 부품 소재의 탈중국 공급망 기틀을 다져왔다. 지난해 이차전지 원료인 흑연을 아프리카 광산에서 대규모로 조달하는 계약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흑연은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로 글로벌 채굴량의 78%가 중국산이다. 우리나라는 이차전지용 흑연의 90%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중국이 아닌 호주계 광업회사 블랙록마이닝 자회사와 탄자니아 탄광에서 25년 동안 75만 톤 규모 천연흑연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또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와 흑연 공급망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연간 약 9만 톤의 인상흑연을 확보했다.



중국 시장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공급망 관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로써 구동모터와 이차전지 생산이 중국 시장에 좌지우지되는 않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실제 이 회사는 이번 영구 자석 수주 말고도 구동계 부품 공급망을 넓히고 포스코퓨처엠이 생산하는 이차전지 음극재에 들어간 중국산 흑연의 상당 부분은 회사가 챙겨 둔 흑연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탈중국 원료 공급망을 구축해 전기차 핵심 부품 및 원료 공급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흑연 외에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재들을 확보할 예정으로 광산, 원료, 소재, 배터리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