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술계에서 화가 '씨킴(CI KIM)'으로 알려진 김창일(72) 아라리오 회장의 17번째 개인전 '레인보우'가 14일부터 내년 2월까지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림과 조각, 드로잉, 사진 등 다양한 장르 170여 점을 선보인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고통이다."
화가 김창일은 11일 전시회 개막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창작의 원천을 '고통'이라고 했다. 그는 "어릴 적 어떤 생각에 사로잡히면 몇 날 며칠이고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고통스러웠다"며 "그런 생각(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하니까 평안이 찾아왔다. 그림이야말로 가장 적성에 맞는 작업이자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창일은 세계적인 예술잡지 아트리뷰에서 선정한 세계 예술계 영향력 100인 중 한 명이다. 국내외 작가의 작품 4,7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젊은 신예작가를 후원하기도 한다.
김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엔 사업가였다. 그는 1979년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연고도 없는 천안에서 버스터미널 매점을 운영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버스터미널을, 월세 300만 원에 넘겨받아 운영을 시작했다. 매장을 직영으로 전환하자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1989년엔 부지 6만 6,000㎡에 천안버스터미널을 세우고 그 자리에 백화점과 식음료점 임대사업을 유치해 대성공을 거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버스터미널 화장실이 너무 지저분했어요. 터미널을 인수하자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깨끗한 화장실 만들기였지요. '꽃을 잘 가꾸면 꿀벌이 날아오는' 자연의 이치를 사업을 시작하면서 떠올린 것이 적중한 것 같습니다."
사업에 성공한 그는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그림도 그리기 시작했다. 불혹을 훌쩍 넘긴 1996년부터다.
이번 전시회 주제를 레인보우로 정한 것에 대해 그는 " '어릴 적 서울 남산 숲에서 본 초록색의 강렬함과 일곱 빛깔 무지개 색의 서열이 왜 사계절 모두 같을까'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되뇌었던 기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품에는 타임지 표지를 그려낸 작품도 있다. 그 가운데 김 작가 자신이 2030년 타임지 표지 모델이 된 작품이 눈에 띄었다. 김창일 작가는 "세계의 동향을 알고 싶어 35년 전부터 타임지를 구독했는데, 표지는 나에겐 한폭의 풍경화였다"며 "2030년엔 타임지 표지 모델을 꿈꾸고 있다"며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