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여성인 A씨는 최근 눈이 침침해 동네 안과를 찾았다. 의사는 오른쪽 눈이 ‘망막전막’으로 진단된다며, 대학병원 치료를 권유했다. A씨는 대학병원 안과 검사 결과 다행히 시력저하가 심하지 않았고 휘어져 보이는 증상도 없어 의료진과 상의 후 주기적으로 추적관찰만 받고 있다.
눈 속에는 망막이라는 신경층이 있습니다. 우리가 주변 환경을 본다는 것은 망막에서 빛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망막 중에서도 가운데 부분을 황반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은 중심시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입니다. 그 황반 위에 원래는 없어야 할 막이 덮어져 있는 게 망막전막이라는 질환입니다.
망막전막은 한자 그대로 망막 앞(前)에 막이 하나 더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눈 속의 염증, 망막박리, 망막열공, 외상, 레이저 치료 등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해서 이차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계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눈 속에 세포들이 과하게 많아지고, 이 세포들이 뭉쳐서 불필요한 막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7~18년에 시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40세 이상의 망막전막 유병률은 약 7%로 나타났습니다.
망막전막은 아래에 있는 정상 망막을 잡아당겨 주름을 만들기에 시력의 저하, 찌그러짐 등 여러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벼운 망막전막은 증상이 없고, 오히려 반대쪽 눈이 정상이기에 모르고 지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망막전막 관련 증상으로 안과를 내원하기 보다는 안과검진에서 우연히 망막전막을 발견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증상을 확인할 때에는 정상인 반대쪽 눈을 가린 상태에서 검사해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망막전막은 유리체절제술이라는 수술로 치료합니다. 이는 눈 속으로 기구를 넣어 물리적으로 막을 벗겨내는 것으로 수술 후 관련 증상이 바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여에 걸쳐 서서히 호전되며, 수술 후 시력이 급격하게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또한 증상이 없거나, 장기간 진행되지 않는 환자들도 많아 꼭 수술해야 한다는 과학적인 정답은 없습니다. 따라서 망막전막이 있다 하더라도 수술 여부는 신중히 고려해봐야 합니다.
언제 수술을 해야 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증상이 불편하거나 경과관찰에서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 막이 점점 두꺼워진다면 망막전막을 벗겨내는 수술을 진행해야 망막전막에 의한 추가적인 망막 손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유리체절제술 후에는 백내장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백내장이 있다면 백내장 수술과 유리체절제술을 한 번에 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또 드물게 망막전막이 재발해 재수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수술 전 시력이 좋은 상태, 즉 일찍 수술을 한다면 수술 후에도 좋은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망막전막이 있더라도 환자가 증상으로 해당 질병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주기적인 안과검진이 중요합니다. 병원에서는 검사 기계의 발달로 아주 작고 얇은 망막전막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든 망막전막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어떤 망막전막은 일찍 수술을 하는 것이 장기적인 예후가 더 좋습니다. 따라서 관련 증상을 보이거나 망막전막을 진단받았다면 안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한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