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에 장착된 반도체 칩이 미국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의 칩은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뚫고 중국이 자체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는 중국이 완전한 기술 자립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됐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SMIC가 화웨이에 공급한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칩을 만드는 첨단 공정에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 램리서치의 장비를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기술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반도체 칩은 화웨이가 지난해 8월 출시한 5G(5세대)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탑재된 것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첨단 공정을 활용해 7나노급 스마트폰 반도체를 자체 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당시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발전을 막으려는 미국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제재가 중국의 기술 자립을 부추긴 결과로 이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19년부터 화웨이의 통신 장비가 자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중국으로의 반도체 칩 수출을 금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2022년부터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AI)용 반도체 등의 중국 수출도 봉쇄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 공개된 사실로 중국이 첨단 기기에 필요한 특정 부품과 장비를 아직 완전히 자체 기술로 대체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2022년 미국의 수출 통제가 이뤄지기 전 SMIC가 미국 장비 업체로부터 각종 장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베이팡화창(나우라), 중웨이 반도체설비유한공사(AMEC) 등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미국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정교한 장비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SMIC가 7나노 칩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AI 반도체 업계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화웨이를 '강력한 라이벌'로 지목할 정도로 화웨이는 여전히 미국과 경쟁할 가능성이 가장 큰 중국 기업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진화중공업(ZPMC)이 제조한 미국 항구 내 크레인에서 용처가 불분명한 통신 장비가 다수 발견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발주처가 요구하지 않은 무선 모뎀 등 크레인의 일반적인 작동을 지원하는 장비와는 거리가 멀어 국가 안보에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WSJ는 짚었다. 앞서 미국은 중국제 크레인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미국 작전 수행에 필요한 군사 물품 관련 정보 등을 빼돌린다는 의심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