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시 해상 부두 건설을 통한 구호 물품 지원' 아이디어를 냈다. 정상 운영까지는 산 넘어 산이지만 부두 완공 시 최악의 기근 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암묵적 협상 시한으로 여겨진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이 코앞인데도 휴전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진행한 연례 국정연설(연두교서)에서 "가자지구 해안에 임시 부두를 건설하는 긴급 임무를 주도하도록 오늘 밤 미군에 지시한다"고 밝혔다. 미군이 가자지구 앞바다에서 물 위에 있는 부두(dock)를 띄워 식량, 물, 의약품 등 구호 물자 전달 통로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매일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적 지원의 양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시 부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로 향하는 육로를 통제하는 바람에 구호품 수송이 어려운 와중 찾아낸 궁여지책이다. 미국은 수송기로 구호품을 공중 투하하고 있지만 전달 가능한 양이 적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구호품 해상 수송 방안을 새로 고안해 낸 것이다.
다만 임시 부두 건설에는 시간이 소요된다. NYT는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조치를 이행하는 데 30~60일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육군 제7원정수송여단 병력이 투입돼 가자지구 앞바다에 부두를 건설한 뒤 이를 해안 가까이로 이동해 선박에서 바로 물품을 하역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중해 키프로스섬에서 구호품을 모으고, 이스라엘이 물품을 검사한 뒤, 배를 통해 가자지구로 보내는 방안에 이스라엘도 동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같은 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라파 공격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군 장교 훈련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전쟁을 멈추라는) 국제적인 압력이 있고 점점 커지고 있지만 우리는 전쟁을 멈추려는 시도에 맞서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를 포함한 가자지구 전역에서 하마스에 맞서 군사작전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라파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로, 140만 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휴전 협상은 또 소득 없이 멈춰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측은 대표단이 이날 지도부 추가 협의를 위해 카이로를 떠났다고 밝혔다. NYT는 "하마스는 영구 휴전 약속을 원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하마스도 인질 명단을 제공할 수 없다며 맞섰다.
영국 가디언은 "라마단 시작일(10일 또는 11일)은 희망적 관점에서 휴전 협상의 비공식 마감일로 간주됐다"면서도 "(공격을 이어가겠다는) 이스라엘의 성명은 하마스의 카이로 철수 소식으로부터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으로, 라마단 이전에 휴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이제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