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청년 전략 특구'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갑 공천 경선 후보자인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당시 피해자 김지은씨를 향한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성 전 행정관은 "피해자로부터 단 한 건도 고소·고발당한 사실이 없다"며 공개 반박에 나섰지만, 여성계에선 컷오프(공천배제) 사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7일 실시한 서대문갑 청년 공개 오디션에서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과 김규현 변호사,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이 최종 경선 후보 3인으로 결정됐다. 서대문갑은 우상호 의원(4선)의 불출마로 청년전략특구로 지정돼 45세 미만을 대상으로 후보 공모를 받았다.
성 전 행정관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은 김지은씨 '미투' 사건 이후 조력해왔던 안 전 지사의 측근 신용우 전 비서의 폭로로 알려졌다. 신 전 비서는 성 전 행정관이 서대문갑 5인 경선 후보자에 포함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희정 재판 도중 피해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았던 장본인이다. 그 당시 인턴에 준하는 입법보조원을 하다 한 번에 다섯 단계를 뛰어넘어 5급 비서관으로 올랐다"며 성 전 행정관의 2차 가해를 폭로했다.
성 전 행정관은 과거 안 전 지사 사건 공판이 진행될 당시 피고인인 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 출석해 김씨에 대해 "(안 지사를)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심이나 존경심이 있었던 것 같다"며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한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성 전 행정관은 이날 오디션에서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재판 등에서 '(안 전 지사와 비서가) 연인 관계로 보이지 않았나'라는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의 질문을 받고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심 정도로 이해했다'고 했는데 이 말의 맥락을 다 잘라 2차 가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계는 반발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SNS에 "(성 전 행정관은) 자신이 피해자와 주고받은 문자가 안희정과 피해자가 직접 주고받은 문자인 것처럼 보도돼도 한 번도 사실관계를 공식적으로 바로잡은 적이 없는 분"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정의당 박지아 젠더폭력대응센터장은 이날 성 전 행정관의 실명은 언급하지 않은 채 "오디션 후보 한 명이 2017년 대선 당시 안희정 캠프에서 활동했다"며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지속해서 2차 가해로 여겨지는 행동을 했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 2차 가해자의 경선 후보 선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나란히 경선 후보에 오른 두 사람은 이날 각자의 장점을 부각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민주당 전세사기고충접수센터장을 맡고 있는 권지웅 전 비대위원은 청년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을 만든 이력을 언급하며 "청년과 함께 호흡하고 세입자 편에서 문제를 풀어왔다"고 어필했다. 서울북부지검 검사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저는 '민주당 검사'"라면서 "'윤석열 검찰 독재' 타도에 앞장설 청년 검사"라고 강조했다.
최종 후보는 9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전국 권리당원 대상 모바일 투표(70%)와 10일 서대문갑 유권자 대상 ARS 투표(30%)를 거쳐 선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