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 뺀 산업 대출금 1890조… 1년 전보다 92조 증가

입력
2024.03.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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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증가 폭 둔화
4분기 14조 증가 그쳐... "계절 요인"

지난해 가계를 제외한 산업 대출금이 약 92조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문을 두드렸기 때문인데, 빚으로 버티던 코로나19 시기에 비하면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889조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조9,000억 원(5.1%) 증가했다. 2022년(+217조 원)과 비교해 증가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분기당 평균 23조 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분기 평균(약 22조 원)과 비슷했다.

지난해 산업별 대출금이 증가한 데 대해 서정석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기업이 금융기관 대출을 주된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한 영향”이라며 “예금취급기관도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기업에 완화적인 대출 태도를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연간 증가 폭이 축소된 건 코로나19 기간 기업 자금 지원으로 늘어났던 대출 규모가 팬데믹 이전 흐름으로 복귀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말 산업별 대출금은 전 분기 대비 13조9,000억 원 느는 데 그쳐 3분기 만에 증가폭을 줄였다. 기업이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운전자금 대출금을 일시 상환하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다. 같은 이유로 제조업 대출은 전분기 대비 6,000억 원 줄었고, 건물 건설 감소로 건설업 대출도 8,000억 원 감소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11조9,000억 원 늘었지만, 부동산 거래량 둔화 탓에 증가 규모가 전분기(16조9,000억 원)보다 축소됐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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