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기업집단의 올해 신규 사외이사 후보 10명 가운데 4명은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HD현대는 그 비중이 80%나 됐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5일 매출 상위 30대 그룹의 237개 계열사 중 전날까지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한 71개 사의 주주총회 소집결의서 분석 결과, 신규 추천 사외이사 103명 가운데 39.8%(41명)가 전직 관료였다고 밝혔다.
관료 출신 가운데에서는 검찰 출신이 19.5%(8명)로 가장 많았다. 삼성물산은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 삼성화재는 성영훈 전 광주지검장을 선임했다. 현대오토에버의 이선욱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 롯데정밀화학의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도 눈에 띈다.
법원 출신은 14.6%(6명)로 뒤를 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휴재 전 서울고법 판사, 롯데하이마트의 홍대식 전 서울중앙지법 판사 등이다. △국세청 출신과 산업통상자원부 출신(각각 12.2%·5명) △금융위원회 출신(7.3%·3명)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출신(각각 4.9%·2명)이 뒤를 이었다.
신규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 비율은 지난해(3분기 기준 24.3%)보다 16.8%포인트 증가한 것이라고 리더스인덱스는 밝혔다. 반면 학계 출신은 26.2%(29명)로 지난해(35.1%)에 비해 8.9%포인트 낮아지면서 관료 출신에게 자리를 내줬다는 설명이다.
30대 그룹 중 관료 출신을 각각 1명 선임한 GS그룹과 영풍그룹 외에, 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HD현대였다. 신규 사외이사 5명 중 4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한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HD현대의 서승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 HD현대인프라코어의 성윤모 전 산업통상부 장관,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여 전 원장 등이다. 삼성그룹이 72.2%(18명 중 13명)로 뒤를 이었다. 롯데그룹, 효성그룹, 에쓰오일 등도 신규 사외이사의 절반이 관료 출신이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기업 사외이사로 관료나 학계 출신을 선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사외이사 대부분이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며 "이번 조사 결과는 주주를 대신해 독립·전문적으로 경영을 감시하는 게 본연의 역할인 사외이사가 국내 기업에서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게 선임되고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