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2년 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근로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이 추진된다. 부영그룹이 쏘아 올린 '1억 원 출산장려금'에 대한 정부의 답이지만,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조세 정책이 휘청거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정부는 5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출산지원금 세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출산지원금 비과세 혜택을 대폭 늘린 게 골자다. 현재는 6세 이하 자녀 대상 출산‧양육지원금에 월 20만 원 한도로 비과세가 적용된다. 여기에 더해 출산 후 2년 안에 지급(최대 2회)하는 출산지원금의 비과세 한도를 없애고, 세금을 전액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2021년생 출산지원금부터 소급 적용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9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부영그룹이 지급한 1억 원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세제 지원 검토 지시 이후 기재부는 이를 근로소득으로 볼지, 증여로 볼지 고심했다. 앞서 지난달 부영은 높은 근로소득세율을 피해 출산지원금을 임직원 자녀에게 ‘증여’ 형태로 지급했다. 8,000만 원 연봉의 직장인이 1억 원의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받으면 약 38%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증여 시 근로자는 10%만 세금으로 내면 되지만, 부영은 해당 금액을 인건비로 인정받지 못해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없었다. 일장일단이 있었다는 얘기다.
기재부 정정훈 세제실장은 “실제로 이익을 본 사람에게 과세하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근로소득으로 결론 내렸다”며 “부영은 인건비로 인정받아 법인세 부담을 덜고, 지원금을 받은 근로자는 근로소득세 비과세 조치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과세 원칙을 허물지 않으면서 기업‧근로자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는 절충안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다만 부영이 해당 혜택을 받으려면 직원에게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다시 지급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받은 출산지원금을 계속 자녀 통장에 둘 경우 부영이 임직원에게 준 금액에 대해선 근로소득세 비과세가 적용되지만, 이후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한 게 돼 증여세를 내야 한다. 정 세제실장은 “어떻게 재지급하는 게 편할지 기업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편법 증여 등 출산장려금 명목으로 가족에게 부를 부당 이전하는 걸 막고자 기업주의 특수관계인에겐 이번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업 차원에서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이라도 아버지가 사장이고, 자녀가 사원이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제 혜택은 출산지원금을 줄 여력이 되는 일부 기업과 직원에게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해 시의성이 다소 떨어지는데도 대통령 지시 한 달여 만에 관련 대책을 내놓은 것도 드문 일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조세 정책의 안정성 측면에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7월 세법개정안 때 함께 내놨으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청년층 지원을 위한 여러 방안이 함께 논의됐다. 먼저 청년 자산 형성을 돕는 청년도약계좌 가입 소득 요건이 완화(중위소득 180%→250%)된다. 이렇게 되면 연소득 5,800만 원을 넘지 않는 1인 청년 가구도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할 수 있다. 현재 100만 명 안팎인 국가장학금 대상은 150만 명으로, 12만 명인 근로장학금 지원 대상은 내년에 20만 명으로 확대한다. 대학생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주거장학금도 신설, 연간 240만 원까지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