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더라도 성격 변하고 이상 행동하면 '초로기 치매'?

입력
2024.03.02 12:57
[건강이 최고] 치매 환자 97만 명 중 65세 미만 8만 명(9%)

최근 유명인이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의심으로 강연 활동 중단을 선언 후 복귀한 일이 있었다. 그의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대중이 생각하는 치매 발병 연령대보다 확연히 낮은 나이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 오던 사람이 후천적으로 여러 가지 인지 기능의 지속적인 저하가 발생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전에는 고령인에게서 노화와 함께 동반되는 상태로 인식되었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의 치매 발병 사례가 알려지면서 ‘초로기 치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65세 미만에 발병하는 치매를 ‘초로기 치매’라고 한다. 앞서 설명했듯 더 이상 치매는 고령층에서만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22’에 따르면 전체 치매 환자 97만 명 중 65세 미만 치매 환자는 8만 명으로 전체의 9%를 차지한다.

초로기 치매는 기존 노인성 치매보다 빠르게 진행되므로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강성훈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가 초로기 치매 진단과 원인, 치료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 초로기 치매의 주원인 알츠하이머병

초로기 치매의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치매, 알코올성 치매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알츠하이머 치매가 원인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가족성 알츠하이머(유전성)치매가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전두측두엽 치매와 같이 노년기 치매에서는 발병 빈도가 적은 치매가 초로기 치매에서는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초로기 치매가 노인성 치매보다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노인성 치매의 증상과 다르기 때문이다.

치매의 주증상인 기억력 저하가 아닌 초로기 치매는 성격 변화, 이상행동, 판단력 또는 실행 능력 저하, 언어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첫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치매로 의심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이 젊다는 이유로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병증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

따라서 젊은 나이일지라도 중요한 사항을 잊거나, 능숙하게 하던 일을 잘 하지 못 하거나, 예전보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쉽게 화가 나는 등의 증상이 지속 될 경우 신경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 원인 질환을 감별하고, 그에 알맞은 약물 또는 비약물적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초로기 치매는 기존 치매 검사와 같이 문진(問診), 신경학적 진찰, 신경 심리 검사 (인지 기능 검사), 뇌영상 검사(MRI/CT) 등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초로기 치매의 경우 노인성 치매와 달리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시작하고, 초기에는 뇌 위축이 알츠하이머병보다 경미하여 구조적 뇌 영상 검사(MRI)로만으로 정확한 진단이 힘들 때가 있다.

특히 초로기 치매의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과 전두측두엽치매의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고, 이러한 경우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통해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알츠하이머병보다 빨리 진행되는 초로기 치매

초로기 치매가 위험한 이유는 일반적인 노인성 치매보다 뇌세포 손상이 빨라 더 위험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에 다양한 평가를 통해 치료가 가능한 원인을 감별하고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로기 치매의 치료는 원인(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치매, 알코올성 치매)에 맞춰 약물치료로 진행된다.

또한 경도의 우울 증상, 배회 증상, 반복적인 질문 등은 비약물 치료에 반응을 보일 수 있는데 환자 증상이 악화되는 환경적·대인 관계적인 요소를 면밀히 파악해 환자 스트레스 정도를 줄이고, 환자에게 익숙한 환경을 유지하며, 환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편안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예방법 없는 초로기 치매, 생활 습관 개선 중요

초로기 치매 예방법은 다른 치매와 특별히 다르지 않다. 최고의 치료법은 예방에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첫째, 운동을 생활화 하고 자주 걷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운동은 뇌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뇌신경을 보호함으로서 뇌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스포츠 같은 활동적인 운동도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지만, 이러한 격렬한 운동이 부담스러운 경우 걷기와 같은 단순한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둘째, 적극적인 두뇌 활동을 한다. 젊은 시절 공부를 많이 하고 두뇌를 많이 사용한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낮다. 이런 이유로 나이가 들어서도 활발한 두뇌 활동을 하면 치매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배움에는 정년이 없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이 뇌를 자극해 뇌 건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가능하다면 지속적으로 일을 하는 것도 좋다. 특히 정신적 사고와 집중력, 정확성과 시간적 기한을 요하는 일을 하는 경우 인지장애 위험이 30% 낮아진다.

셋째, 뇌를 위한 건강한 식사를 한다. 뇌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때, 골고루, 적당히 먹는 것이다. 생선·채소·과일 등 항산화 물질과 뇌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매일 먹으면 치매가 발생할 확률이 30%낮아진다.

마지막으로 기저 질환(고혈압, 비만, 당뇨병 등)이 있으면 치매 발병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의 진료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