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추락 막자" 기시다 윤리위 첫 출석 승부수… 논란만 키우는 '자충수' 될라

입력
2024.03.01 04:30
중의원 윤리위 현직 총리로 처음 출석
기시다 "정치 불신 초래해 국민께 죄송"
지지율 추락에 베팅… "마이너스 될 수도"

'일본 집권 자민당 계파 비자금 스캔들'로 정권 붕괴 위기를 맞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연일 정치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중의원 정치윤리심사회(한국의 국회 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직접 해명했다. 그러나 의혹을 해소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29일 윤리위에 출석해 "자민당 계파 비자금 문제로 정치 불신을 초래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회계 책임자 외에도 의원 본인에게 책임을 묻게 하고, 외부 감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 수사 결과 아베파와 니카이파 등 자민당 내 일부 계파는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개최하면서 할당량 이상의 '파티권'을 판 소속 의원들에게는 초과분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비판이 쏟아지자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기시다파를 비롯해 계파 6곳 중 4곳이 해산을 결정했다.

윤리위 불발 막은 기시다… "난국 타개 전략"

이번 윤리위는 기시다 총리가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우여곡절 끝에 개최됐다. 여야는 야당의 요구로 지난달 28일 윤리위를 열기로 논의했지만, 생중계 여부를 둘러싼 여야 간 입장 차와 계파 책임자들의 불참 통보로 회의 하루 전 일정이 돌연 연기됐다. 자민당의 소극적인 태도에 윤리위 자체가 불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기시다 총리가 전날 "자민당 총재로서 출석하고, 언론에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날과 1일 이틀에 걸쳐 열리게 됐다.

일본 정치권 안팎에선 지지율 하락세를 벗어나려는 기시다 총리의 승부수로 평가한다. 현직 총리가 윤리위에 출석하는 건 처음이다. 자민당 안에서도 '예상 못 한 행동'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질의에 나선 와시오 에이치로 자민당 의원이 기시다 총리에게 직접 "총리 스스로 출석하겠다고 한 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며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난국을 타개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차기 선거서 정권 탈환" 목표 세운 야당

그러나 정작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해 역풍만 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비자금 문제가 언제 시작됐나', '당 내부 논란에도 계속 이뤄진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감스럽지만 구체적인 경위는 확인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야당은 이에 "전혀 진전이 없다", "대체 무엇을 변명하기 위해 나온 것이냐"고 따졌다. 아사히신문은 한 중의원 의원의 말을 인용해 "총리 출석은 자체가 베팅으로, 새로운 사실이 나오지 않으면 마이너스"라며 "윤리위 출석이 양날의 검인 걸 알면서도 나온 것은 정권이 늪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은 정권이 와해할 수준으로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기시다 정권 지지율은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진 25%로 나타났다.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이래 최저치다.

야당은 여당의 위기를 기회 삼아 2012년 이후 지속된 자민당 독주 체제를 무너뜨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원내 1당 달성'을 차기 중의원 선거 목표로 채택했다. 활동 목표를 '정권 교체'로 잡은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야당 지지율이 여당의 반토막도 안 되는 수준이고, 야당 공조가 지지부진해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닛케이 여론조사 결과 입헌민주당 지지율은 9%에 그쳤다. 닛케이는 "야당이 자민당의 계파 비자금 문제로 약진을 노리지만 야당 간 협력이 난항을 겪고 있어 (정권 교체) 바람은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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