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오킹'이 수 주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스캠 코인' 의혹이 불거진 플랫폼 업체 '위너즈'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져서다. 투자자들의 민원과 고소장이 모여 경찰에 수사가 의뢰됐고,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위너즈 논란을 계기로 수년째 반복돼온 스캠 코인 수법이 재조명되고 있다. 스캠 코인이란 가상화폐를 만들겠다며 투자를 받은 뒤 잠적하는 사기 행위를 말한다. 통상 유명 방송인을 앞세워 신뢰를 쌓은 뒤 가상화폐를 상장시킨 것처럼 꾸며 투자자를 끌어모은다. 전문가들은 "스캠 코인을 유명인의 구설수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위너즈'는 종합격투기 등 선수를 육성하고 경기를 중계하는 스포츠 플랫폼이다. 특히 플랫폼 내에서 대체불가토큰(NFT)과 위너즈 코인을 발행해, 플랫폼 가입자들이 선수를 후원 투표하고 경기를 예측하는 데 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위너즈는 MEXC라는 해외 거래소 한 곳에 상장된 상태로, 여느 스캠 코인 사례처럼 잠적한 업체는 아니다. 다만 △위너즈 코인 대부분이 록업(잠금) 조치가 취해져 있어 유통량이 극도로 적다는 점이나, △가상화폐와 경기 예측을 연계한 방식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와 비슷하단 점 등을 이유로 스캠 코인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코인 사건 전문가들도 위너즈 사례가 스캠 코인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현행법상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보상으로 지급되는 NFT를 사행성 경품으로 간주해 국내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며 "위너즈 사업 방식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위너즈 프로그램 코드를 분석한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대표는 "△투자자들 코인을 회수할 수 있도록 중앙 통제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고 △최근 또 다른 스캠 코인 논란을 일으킨 '골든골 코인'의 발행인이 위너즈 전 대표와 같다"는 근거를 추가로 들었다.
평소 소탈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던 유튜버 오킹이 위너즈에 투자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오킹 측은 지난달 19일 "위너즈에 투자를 한 사실이 있지만 지금은 투자 철회 의사를 전달한 상태"라며 "코인 구매 및 해명 과정에서 입은 피해에 대해 위너즈 측을 사기죄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며 위너즈와 선을 그었다.
위너즈는 자신들이 발행한 코인이 스캠 코인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위너즈 측은 본보에 "위너즈 플랫폼은 P2E 게임이 아니고, 현행법을 준수한 합법적인 NFT를 판매하고 있다"며 "투자금을 가지고 잠적하거나 시장 교란 행위를 한 적이 없는 정상적인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코인 회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코인이 아닌 마일리지 회수 기능만 갖고 있다"며 "코인 회수 중앙화 시스템을 검토한 적은 맞지만 실제 개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골든골 코인에 대해선 "어떤 연관성도 없다"며 재차 부인했다.
유명인의 투자 사실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준 사례는 또 있다. 최근 사기 혐의로 고발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골든골 코인' 역시 유명인을 내세워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이들 사업자는 이천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이사로 등재돼 있다고 주장, 수십 명의 투자자로부터 수십억 원을 투자받고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이씨에게 사기 관여 의혹이 일자 이씨는 "사업자 측에서 유소년 축구 대회 개최를 제안하기에 그에 한해 초상권을 허용한 적이 있을 뿐 코인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2021년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아프리카TV 내에서 거액의 후원자로 유명했던 A씨가 코인 발행을 앞두고 아프리카TV BJ 다수와 접선해 미리 투자를 받은 것이다. 해당 코인이 발행되기 전에 이 같은 정황이 폭로되면서 대규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스캠 코인 수익 구조를 알고도 투자한 BJ 다수를 두고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다.
유명인을 동원한 코인 홍보는 이미 만연하다. 업계에선 이를 흔히 '코인에 펄(pearl·진주) 붙인다'고도 표현한다. 코인 사건 전문가인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스캠 코인 사업자들은) 코인을 호재 없이 상장할 순 없으니 (유명인도 투자한다는 말로) 호재거리를 만든 다음 텔레그램이나 단체 채팅방 등 코인 판매 경로에 정보를 뿌리는 것"이라며 "투자금이 투자자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더 많은 투자 유치를 위한 유명인 홍보로 들어가게 돼 자금 순환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캠 코인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 유명인에게 속았다고 한들, 홍보 모델 등은 기망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코인 판매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예 변호사는 "이번 위너즈 사태 이후 오킹 등 투자자에 대한 싸늘한 여론이 확인됐다"며 "이는 곧 일반 시민들도 이제는 코인을 만들어 파는 것의 목적이 사업 진행이 아니라 돈벌이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스캠 코인 사태를 막으려면 유명인을 향한 질책에서 끝날 게 아니라 실질적인 규제책 마련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과세를 일차적인 대책으로 제시했다. 예 변호사는 "아직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 추세와 반대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소득세 도입을 미루고 있다"며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세금을 납부하게 한다면 국세청에서 자료를 조사할 권한이 생기고, 유사시 거래내역을 추적·확보할 수 있게 돼 스캠 코인 사태 등에 대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