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이라니...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충격입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역대 최저를 갈아 치운 합계출산율에 정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간 정책들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관계 부처 간 교통정리도 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없는데 눈치 보기, 핑퐁 게임, 우왕좌왕 형국이다.
기재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등 관계 부처는 28일 통계청의 ‘2023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 발표 뒤 연달아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 0.72명도 충격이지만,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0.65명)이 사상 처음 0.6명대로 떨어진 비상 상황이다. 저고위 관계자는 “상황을 정말 엄중히 보고 있다”며 “수요자 맞춤형 정책 수립을 위해 기존 정책을 원점에 놓고 재구조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1월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 중 출산 및 육아대책은 △부담 경감 △육아휴직 지원 △기업문화 개선 등 세 갈래다. 기재부는 우선 혼인·출산 증여 공제를 최대 3억 원으로 늘리는 등 재정·세제 지원에 나선 상태다. 월 35만~70만 원이던 부모급여는 월 50만~100만 원으로 늘렸고, 아이돌봄 서비스 정부 보조비율 확대 등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발표한 다른 방안들은 대략 하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육아휴직 지원 방안(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 사용 시 휴직급여 지급기간 12개월→18개월 등)을 가동하려면 남녀평등고용법이 개정돼야 한다. 휴직기간 육아휴직수당 완전 지급 역시 고용노동부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그나마 이날 밝힌 구상은 기업의 역할 강조다. 일 가정 양립을 위해 ‘아빠 육아휴직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 육아경영지표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에 포함시키고 이에 동참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육아휴직한 남성 근로자는 3만7,884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의 약 30%(통계청)에 불과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일본 정부는 기업에 남성 사원의 육아휴직비율 목표치를 공개하라고 한 상황”이라며 “재정과 세제 지원도 중요하지만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등 이미 있는 제도도 제대로 쓰기 힘든 직장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범부처 인구정책 지휘 본부(컨트롤 타워)로 격상한 저고위에 집행권과 예산권을 부여하고 인구특별회계나 저출산기금 등 별도의 전담 재원을 편성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은 역할 배분도 지휘 체계도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니 대책은 애매모호하고 결정은 더디다. 실제로 앞서 저고위는 육아휴직 확대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재원으로 끌어다 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교육부 반발로 추진을 멈춘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