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야구 천재’ 이정후(샌프란시스코)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이정후는 시범경기 데뷔전 첫 타석부터 안타를 치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득점까지 성공했다. 세계 스포츠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는 시원한 홈런포로 다저스 이적 신고를 했다.
이정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과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그간 가벼운 허리 통증 탓에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이날 본격적으로 ‘바람의 손자’ 등장을 알렸다.
이정후는 첫 안타를 지난해 올스타 출신 투수에게 뽑아냈다. 팀이 0-2로 뒤진 1회말 첫 타석에서 불리한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 몰렸지만 상대 선발 조지 커비의 3구째 공을 잡아 당겨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KBO리그 통산 타율 1위(0.340)답게 콘택트 능력이 돋보였다.
출루에 성공한 이정후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사령탑의 눈도장을 찍었다. 후속 타자 타이로 에스트라다의 땅볼 때 상대 유격수 실책이 나와 2루에 안착했고,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중전 안타 때 홈을 밟아 첫 득점도 신고했다. 이후 타석에서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2회 1루수 땅볼, 4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세 타석을 소화한 그는 5회 수비 때 교체돼 첫 시범경기를 마무리했다.
사령탑은 이정후의 활약에 흐뭇해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가벼운 허리 통증이 있어) 오랜 기다림이었다”며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득점하는 모습이 아주 좋아 보였다”고 반색했다. 이정후의 빠른 발도 합격점을 줬다. 멜빈 감독은 “확실히 좋은 스피드를 갖고 있다”며 “지난해 발목 부상이 있어 조심스러워했던 것으로 알았지만 지금 보니까 발이 참 빠르다”고 놀라워했다.
이정후도 첫 실전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이정후는 경기 후 “(상대가) 매우 유명한 투수였다”며 “2스트라이크가 됐을 때 ‘그냥 맞히기만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차이에 대해선 “직구도 확실한 차이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변화구 속도”라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같은 날 캐멀백 랜치에서 펼쳐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시범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이적 후 첫 안타를 2점 홈런으로 장식했다. 1회 첫 타석 삼진, 3회 두 번째 타석 병살타로 돌아선 오타니는 5회 2사 2루에서 상대 투수 도미니크 레온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여 좌중간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냈다. 레온의 바깥쪽 공을 힘껏 밀어 쳐 만든 한방이다. 7회 타석에서 교체된 오타니의 성적은 3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는 정말 특별하다”며 “물건이 다르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타니가 다저스 소속으로, 다른 팀을 상대로 치른 첫 경기에서 홈런을 날렸다”며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기대했다.
오타니는 “확실히 큰 첫걸음이었다”며 “아무 문제 없이 경기를 마쳤다는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석에 나갈 때마다 확실히 기분이 좋았고, 컨디션도 좋아졌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올해 투수로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 타자에 전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