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공정성 시비를 둘러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어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컷오프(공천배제)와 현역의원 하위평가 통보를 받은 비명 의원의 탈당이 이어졌다. 지도부에선 공천 불신 해소를 요구해 온 고민정 최고위원이 사퇴했고 의원총회에서는 친명·비명 간 감정싸움이 폭발하는 등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공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재명 대표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결과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엄존한 상황인데 검찰 기소 등을 이유로 현역의원을 컷오프하는 것은 내로남불일 수밖에 없다. 친명 김성환 의원은 현역 하위평가 통보가 비명에 집중된 것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이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원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실토한 것과 다름없다.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이 대표의 관리 역량은 그야말로 낙제 수준이다.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고 컷오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당대표나 주류의 희생과 같은 명분이 필요하다.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공천 갈등에 책임을 지겠다는 친명 현역은 찾아볼 수 없다. 임 전 실장에 대한 용퇴 촉구도 '세대교체' 등이 아니라 느닷없는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을 명분으로 제기했고 지도부 임의로 서울 송파갑에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망신 주기로 일관했다. '차기 당권과 대권 가도의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은 이 대표가 자초한 셈이다.
민주당의 공천 갈등은 당원 불신을 넘어 국민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으로 앞선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공천 잡음에 따른 일시적 지지율 하락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당을 친명 중심으로 물갈이하더라도 공천 시기만 지나친다면 총선에서 정권심판 여론이 민주당으로 결집될 것이라는 인식이 엿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공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이미 민주당을 떠난 민심이 총선에서 돌아온다고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