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이달 29일까지 복귀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시한 내 돌아오면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복귀하지 않으면 면허정지는 물론 수사·기소 등 사법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공의가 다치면 한국 의료가 무너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6일 "전공의들은 이달 29일까지 현장에 복귀해주기 바란다"며 "이때까지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은 묻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복귀 시한을 정한 것은 이후부터 법과 원칙대로 대응한다는 의미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최소 3개월 면허정지 및 수사·기소 등 관련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며 "면허정지는 사유가 기록돼 해외취업 등 이후 진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공의들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의 최후통첩에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의협은 "강력히 경고한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면허정지 및 사법절차 진행은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다리를 파괴하는 행동"이라며 "전공의가 다치면 모든 의사 회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의료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복지부가 집계한 사직서 제출 전공의는 지난 23일 오후 7시 기준 전체 전공의의 80.5%인 1만34명,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9,006명이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는 21일 기준 7,038명이고, 이에 응하지 않아 불이행확인서가 징구된 인원은 5,976명이다.
수련병원들에 내린 집단 사직 금지명령에 따라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설사 퇴직 처리가 돼도 미필 전공의들은 내년 3월 의무장교 또는 공중보건의로 입영해야 한다. 병역법 시행령은 의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된 사람이 수련기관에서 퇴직 시 입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입영 신청 절차는 이미 완료돼 내년에 가야 한다.
전공의를 마치고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연구하는 전임의들의 계약이 끝나는 이달 말이 의료 공백의 최대 고비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전공의들의 공백을 전임의가 메우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1년 단위로 계약하고 2월 말에 계약기간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전임의까지 증원에 반발해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인력난은 가중된다. 더불어 올해 의대를 졸업하고 내달 초 인턴을 시작해야 하는 의사들까지 수련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인력난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45개 공공의료기관은 진료 시간을 연장했고, 12개 군 병원 응급실은 일반인도 진료하고 있다. 여기에 중대본은 '진료지원(PA) 간호사 시범사업'도 27일부터 시행한다. 박 차관은 "PA 간호사는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의료 공백을 감당하고 있지만 업무 분담이 모호해 법적 보호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각급 의료기관장이 간호부장과 협의해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4일 마감인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 신청은 변동 없이 진행된다. 26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는 교육부와 각 대학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신청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교육부는 거부했다. 의대협은 "증원 문제로 인한 학생 불이익과 교육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기에 신청 마감을 사회적 합의가 도출된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시한을 늦추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의료계와 소통하겠다면서도 의사들이 의료 공백을 무기 삼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는 정원 협상이 이뤄질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차관은 "정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가 대화의 대상이 되지만 최소 2,000명은 필요하다는 정부 판단에는 변화가 없다"며 "불법적 집단행동을 전제로 대화를 요구하는 상황은 안 된다. 즉시 불법 상태를 풀고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2,000명 증원 방침을 확고히 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이 아플 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복지의 핵심이고 국가의 헌법상 책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