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50만 원인데 관리비가 22만 원이라니요."
서울 서대문구 원룸형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이모(26)씨는 지난달 관리비영수증을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39㎡(12평)짜리 혼자 사는 집 관리비가 20만 원을 넘긴 것이다. 2년 전 계약(12만 원)할 때와 비교해 거의 갑절이 뛰었다. 관리가 잘된다면 모를까, 중앙난방 시스템이라 추운 날이 많아 이씨는 따로 열선까지 깔았다.
계약서에서 관리비에 관한 내용은 "○○개발관리에 직접 납부한다"는 한 줄이 전부다. 지난해 12월 재계약을 했지만 관리비 사항은 똑같았다. 기자가 관리비 상세 내역을 기재해야 하는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보여주자 이씨는 어리둥절해했다. "이런 게 있었나요?"
정부가 지난해 불투명한 관리비를 바로잡겠다며 제도를 정비했지만 여전히 적잖은 원룸·오피스텔이 '깜깜이'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소형주택에는 특히 청년들이 많이 살아 치솟는 월세에 관리비 부담까지, 취약한 주거 복지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서 정액관리비가 10만 원 이상 부과될 경우 △일반관리비 △사용료 △기타관리비로 구분해 세부 내역을 표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본보가 26일 네이버부동산 등 부동산 플랫폼을 살펴본 결과, 규정을 지키지 않은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0만 원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월세방은 관리비가 15만 원이었다. 전기세, 수도, 난방비 등 포함 항목만 적혀있을 뿐 얼마나 부과되는지에 관한 내역은 없었다.
아예 관리비용 자체가 표시되지 않은 물건도 눈에 띄었다. 관악구 봉천동에 올라온 한 매물엔 '월 관리비 확인 불가로 이 집은 주인이 관리비 세부내역을 고지하지 않습니다'라는 글귀가 있었다. 관리비 비공개는 법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알려주지 않으면 금액을 알 방법이 없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관리비를 악용해 더 많은 집세를 더 받아내는 '꼼수' 역시 여전했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증금이 6,000만 원, 월세가 30만 원을 넘으면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해, 세금을 피하려 관리비를 올려도 되느냐는 문의가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국토부가 지난해 9월 26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신고내역을 토대로 집중 모니터링한 결과, 관리비 부당 표시 및 광고 건수는 132건이나 됐다.
광고뿐 아니라 계약서 작성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임대차표준계약서에도 난방비, 수도료 등 관리비 세부내역을 표시하도록 했으나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이달 전세 계약을 한 직장인 임모(28)씨는 "별도 관리비 항목이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광고와 달리 계약 당일 집주인이 수도세는 관리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지만 가계약을 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는 권고 사항으로 사인 계약은 당사자끼리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리비에 더해 월세 시장도 가격이 오름 추세여서 청년들이 느끼는 주거비 상승 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보플랫폼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이 집계한 1월 대학가 원룸(보증금 1,000만 원, 전용면적 33㎡ 이하 기준)의 평균 월세는 57만4,000원, 평균 관리비는 7만2,000원이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월세는 평균 11.6%, 관리비는 19.3% 증가한 수치다. 서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23)씨는 "집 관련 비용이 계속 올라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관리비 인상을 막을 수 없다면 현금 지원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