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장기집권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9) 벨라루스 대통령이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당선 시 그는 7선 대통령이 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수도 민스크의 한 투표소에서 국회·지방의회 의원 선거 투표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그들(추방된 야당 인사들)에게 내가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해 달라”고 밝혔다. 또다시 대통령직을 맡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1994년 권좌에 오른 뒤 6연임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2년 ‘대통령직 3연임 금지’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2020년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이후 폭발한 반(反)정부 정서를 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3연임 금지 조항은 2025년 대선 때부터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에게 적용하기로 해 루카셴코 대통령은 예외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는 2030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2020년 반정부 시위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와 더더욱 밀착하는 계기가 됐다. 시위대 탄압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았고, 비민주적 행위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자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는 러시아 전술 핵무기를 자국에 배치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압박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은 내년 대선 출마 관련 추가 질문에 “대선이 아직 1년이나 남았다.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당연히 나와 우리 사회 모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변화와 1년 후 선거에 다가올 상황에 반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선거는 2020년 대선 이후 처음 실시된 것이다. 5년 임기의 국회의원 110명과 지방의회 의원 1만2,514명을 선출한다. 2020년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패한 뒤 해외 망명 생활 중인 야권 지도자 스테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번 선거는 희극이고 쇼이며 서커스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