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임용 문제를 놓고 세종시와 야당 시의원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민호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반면 세종시의회는 20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13석을 점하고 있다.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은 문화관광 사업을 진행하는 시 산하 기관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순열 세종시의회 의장은 25일 최민호 시장이 박영국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사무국장을 세종시문화관광재단 대표로 새로 채용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당사자(박 국장)의 결정적인 흠결이 확인됐다”며 “채용 관련자에 대한 감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흠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공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박 국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인물이다.
앞서 야당 시의원들이 주축이 된 시의회는 지난해 통과시킨 인사청문회 조례를 근거로 박 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요청했다. 지난해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각 지자체는 인사청문 절차, 운영 관련 사항을 조례로 제정했다. 다만, 상위법이 인사청문 요청의 재량권을 단체장에게 부여하고 있는 만큼 인사청문회가 의무 사항은 아니다. 이에 대해 유인호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광역시·도는 임원추천위원회와 인사청문회를 병행하고 있다”며 “박 임용예정자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건 여러 문서를 통해 확인된 사실인 만큼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사청문회를 통한 투명한 채용은 시대 흐름이자 시민들의 요구라는 것이다.
반면, 최 시장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박 국장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광운 국민의힘 세종시의회 원내 대표는 “인사청문회는 시장의 ‘재량 행위’”라며 “시의회 추천위원 다수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검증한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는 이중검증”이라고 반박했다. 임추위가 16명의 지원자 중 2명을 추려 시에 제출했고, 최 시장이 최고점자인 박 전 사무국장을 낙점한 만큼 규정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행안부 선거의회자치법규과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 개정 당시 인사청문을 강제할 경우 단체장의 인사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의무화하지 않은 것”이라며 “지방자치, 지방시대에 걸맞게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