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논의 중인 일시 휴전·인질 석방 협상이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석방할 인질 조건이 구체화됐고, 하마스도 ‘종전 없는 일시 휴전’에 긍정적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강경 기조는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협상에 정통한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스라엘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 4개국 대표단 회의에서 “아주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4개국 대표단은 협상안의 큰 틀을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 “6주간의 일시 휴전 및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40명 석방을 담은 합의안이 작성됐다”고 보도했다. 이전에도 ‘6주 휴전’ 논의가 있긴 했으나 이번 협상안은 훨씬 구체적이라는 게 악시오스의 평가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 합의안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더해 하마스도 기존 입장을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협상을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게 했던 ‘전쟁 종식 없이는 협상도 없다’는 기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마스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아샤크에 “단 6주만 지속되는 일시 휴전을 거부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 여성 인질 40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0명을 풀어달라는 요구도 유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타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쟁점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전후 팔레스타인이 주권 국가로 독립한다는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23일 전시 내각 구성원에게 향후 휴전 협상의 기초자료가 될 문건을 배포했는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안보를 통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전날 보도했다. 여기에는 또 △가자지구 완전 비무장화 △가자지구와 이집트 간 국경 이스라엘 관할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증오 교육 체계 변경 등도 포함됐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인구 60%(약 140만 명)가 대피해 있는 최남단 도시 라파 진격 의지도 굽히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의 작전 계획 승인을 위해 다음 주 초 전시 내각을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개전 이래 팔레스타인인 2만9,60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4개국 대표단은 카타르에서 협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AFP통신은 이날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며칠 안에 대표단을 카타르로 파견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한 미국 관리는 악시오스에 "협상 최종 타결까지는 아직 많은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