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크라이나 때리는 북한 미사일, 걱정해야 할 곳은 한국"

입력
2024.02.24 15:00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비극과 모순]
국제정세 전문가 부르코우스키
"북러 밀착... 한국, 더 위험해졌다"

편집자주

전쟁은 슬픔과 분노를 낳았다. 길어진 전쟁은 고민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 우크라이나와 이웃국가의 삶과 변화를 들여다봤다.


북한 무기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발견되기 시작한 북한산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최소 24발(지난해 12월 30일~올해 2월 7일·우크라이나 검찰 집계).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약속한 군사 협력이 얼마나 많은 북한산 무기의 공급으로 이어질지 알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을 일찌감치 예견한 우크라이나 대표 싱크탱크 '일코 쿠체리우 민주적 이니셔티브 재단' 페트로 부르코우스키 전무이사는 "북한산 무기들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것을 보며 긴장해야 할 국가는 한국"이라고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그는 국립전략연구소 러시아 센터장 등을 역임한 국제정세 전문가로, 동아시아 문제에도 정통하다. 예정됐던 인터뷰 전날 갑자기 전장에 배치된 부르코우스키 전무이사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모처에서 영상 통화로 인터뷰에 임했다.


"우크라이나는 '실험실'… 북한 목표는 한국"

부르코우스키 전무이사는 북한은 자신들이 개발·보유한 각종 미사일 등 무기를 판매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은 물론, 아직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무기를 실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고 봤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무대로 자국 무기를 시험하고, 개량하고 있다. 북한이 자국 조종사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시키는 등 인력을 훈련할 가능성도 얼마든 있다. 여기서 경험을 축적해 위협하려 하는 대상은 결국 한국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국가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산 무기의 러시아 이전을 중단 또는 방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위 산업 강국인 한국과의 군사 협력 강화는 우크라이나에도 중요하다. 부르코우스키 전무이사는 교전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감안, "유럽연합(EU)을 통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탄약을 미국에 판매하는 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우회 지원'한 점을 상기시키는 발언이다.


"문제는 트럼프 아니라 푸틴의 판 흔들기"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우크라이나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부르코우스키 전무이사는 "큰 우려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무력화 발언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막상 당선이 되면 '현실적 선택'을 할 것으로 보여서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러시아 때문에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한국 등 소위 중견국으로부터 미국이 받는 안보 이익도 상당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업가'이기에 '믿을 수 없는 독재자'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동맹국' 편에 서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다만 올해는 위험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3월 대선을 통해 '집권 5기'를 연 뒤, 미국 대선에 맞춰 '판'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우위에 있음을 고려할 때 푸틴은 전략을 바꿔 현상 변경을 하는 대신 현재와 같은 소모전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동원·휴전을 논하는 식의 큰 변화를 꾀할 정치적·군사적 유인은 별로 없고 자원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전 대규모 공세를 펴기 위한 시간을 벌 필요도 있다. 우리가 더 단단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키이우= 신은별 특파원